내가 블로그에 집착하는 이유.
블로그는 1인 미디어다. 혼자서 취재하고 글쓰고 편집하고, 그렇게 올려진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때 블로거는 큰 기쁨을 느낀다. 더구나 내가 쓴 글이 뉴스베스트에 올려지면 짜릿한 성취감 마저 맛보게 된다. 그래서 많은 블로거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요즘 글쓰는 재미보다 이웃 블로거의 글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마실 다닌다'는 말이 있다. 마실은 마을의 사투리인데 남의 집을 방문하여 그집의 살림살이도 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옛 어른들은 마실이라고 했다. 나는 요즘 블로그 마실 다니기에 바쁘다. 블로그 마실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예전에는 몰랐다.
물론 뉴스 베스트에 올라온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나는 즐겨찾는 이웃 블로그의 글을 읽는 재미에 하루에도 몇번씩 블로그를 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즐겨찾는 이웃 블로거는 약 15명 정도 된다. 모두 개성이 있고 각 블로그 마다 특징이 있어 흥미롭다.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블로거가 많아 나와 잘 통한다. 그들이 올리는 그림을 혹은 그들이 쓰는 글을 읽으며 하루에도 몇번씩 나는 빙그레 웃는다. 나의 무료한 일상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메일을 보고 바로 블로그를 연다. 내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을 읽고, 댓글에 답글을 쓴후 이웃 블로그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보다 한시간쯤 일찍 출근한다.
내가 즐겨찾는 블로거 중에 도자기가 있는 풍경의 봄봄님은 봄 향기 같은 풋풋한 그림과 도자기를 올리시는 분이다. 나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슨 그림이, 혹은 어떤 도자기가 올라왔을까 호기심을 잔뜩 갖고 블로그를 연다. 봄봄님은 어김없이 거의 매일 새로운 그림과 도자기를 올리신다. 강원도 어느 시골 마을에서 그림같은 토담집에 사시는 그 분은 겨울이면 눈 그림, 봄이면 꽃 그림, 가끔씩 자신이 만든 다완을 올리는 팔방미인 블로거다. 아침에 화사한 그림을 보면 하루가 즐겁다.
캐나다에 사시는 숲속의 빈터님, 통나무 집에 사시는 그 분은 그림도 그리시고 집 수리에 재미를 붙이신 분이다. 캐나다 그 먼나라에서 한국식으로 통나무를 짓고 한국식 음식에, 사는 모습이 어찌나 한국식인지 흥미롭다. 글쓰는 솜씨도 유머러스 하여 글을 읽을때 마다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짓게 한다. 또 독일에 사시는 동방의 꽃님, 일주일에 한번 정도 글을 올리시는데 단편 소설같은 글을 써서 댓글이 보통 100건에 가깝다. 어떤 블로거는 동방의 꽃님에게 왜 글을 안올리느냐고 보채기도 하는 정도다.
와인을 좋아 하신다는 밤안개님, 시인이신 안개여인님의 블로그도 나름의 향기가 있어 좋은 이웃이다. 스스로 어눌한 천사라고 주장하시는 눌선님, 아름다운 사진과 시 같은 글로 방문자 들을 즐겁게 한다. 미국에 사시는 샤론스톤님, 미국에서 교포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연애일기 등이 흥미롭고 진솔하여 자주 찾을 수 밖에 없다. 서예가이신 빅카드님, 화려한 붓글씨와 상행일기가 일품이다. 나의 블로그 마실은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등 두번씩이다. 어느땐 수시로 드나들 때도 있다. 블로그 마실을 다니지 않으면 궁굼하여 살 수가 없다.
글 쓰는 기쁨 보다 이웃 블로그의 글 읽는 재미가 훨씬 좋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나는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적인 글을 쓰는데 집착했다. 정통 블로거는 그래야 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웃 블로거 글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가 독자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알았다. 그래서 나도 가끔씩 사는 이야기도 쓰고 취미로 만드는 도자기 토우도 연재 중이다. 내가 이웃 블로그에게 받는 즐거움 만큼은 나도 이웃을 위해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출근후 블로그 마실을 다니다 상관에게 들킨 적도 많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맡은 업무를 철저히 한후 글을 쓰고 또 이웃 블로그를 찾아 다니기 때문에 상관은 나에게 꾸중은 하지 않는다. 요즘은 우리 상관도 슬슬 내 블로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제는 블로그가 그렇게 재미있냐, 블로그 꾸려나가는게 쉬우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마 그도 언젠가는 나처럼 블로그 마실에 빠지는 불로거가 되지 않을까. ㅋㅋㅋ
작품: 충북 청원군 문의면의 시골 마을에서 작품활동을 하시는 한국화가 이종국 님의,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