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토우 이야기 24
토우라고 하기는 그렇고, 도자기라고 하기도 그렇고...
오늘의 토우 이야기는 소나무 옹이인데...
소나무 껍떼기를 연상하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내가 태어난 우리 시골동네 이름은 송평리이다.
쉽게 말하면 소나무 들이란 뜻일 것이다.
그 처럼 소나무가 많은 동네였다.
물론 지금도 그 소나무들은 무럭무럭 잘자란다.
소나무 이야기 하니 옛 추억이 생각난다.
여자 선배가 이웃에 사는 형이랑 연애를 했다.
여자 선배가 형에게 보낸 연애 편지가 친구들의 손으로 넘어왔다.
생각은 잘 안나는데 우편으로 보낸 편지를 친구 한놈이 뜯어본 것으로 기억난다.
초등학생의 연애 편지였는데 그 글귀가 지금도 생생하다.
"할 말은 뒷동산 솔잎 같이 많으나...."
그 당시는 여자 선배를 놀리기 위해
그녀가 골목에 나타나기만 하면 친구들과 함께,
"할말은 뒷동산 솔잎 같이 많으나" 라고 외쳤다.
그리고 골목길로 쏜살같이 달아났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여자 선배는 얼굴이 빨개져 집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인 것으로 기억나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여자 선배를 놀렸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연애편지 정말 아름다웠던 것 같다.
내 인생의 할말도 뒷동산 솔잎 처럼 많은데....
소나무 껍질을 표현하기 위해 약간 마른 흙을 거칠게 판으로 밀었다.
그래서 겉이 꺼칠꺼칠 하다. 그리고 소나무 옹이를 만들어 붙였다.
나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유약은 소금유로 1차 시유한뒤 윗 부분만 스프레이로 흑유를 날렸다.
타다만 소나무 처럼...
이 도자기에는 붓도 꽂을 수 있고 꽃도 꽂을 수 있다.
가을이면 가끔 갈대가 한다발 꽂이기도 한다.
토우는 아니지만 내가 아주 아끼는 작품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