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의 말로
전직 대통령의 최후는 대부분 비참하게 끝나고 만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이 재임기간에는 국민들로 부터 존경받고 퇴임후에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소망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뒷산 바위에서 투신해 서거했다. 검찰 수사가 직접적인 투신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많은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쓸쓸한 뒷 모습만 남긴 대통령들로 기억 되고 있다. 1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노리다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쫒겨났다. 그리고 이국 땅인 미국에서 최후의 생을 마감해야 했다. 최초 내각제 대통령이었던 윤보선 전 대통령은 집권 1년도 안돼 5.16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빼앗겼다. 그후 쓸쓸한 생을 마감했다.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으로 평생 집권을 노리다 심복이었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살해됐다. 박 전 대통령은 현직에서 서거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어 집권한 최규화 전 대통령은 신군부에 의해 집권 8개월만에 대통령 직을 내놓아야 하는 비운의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임기후 반란수괴 혐의와 집권 남용 등으로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그들은 아직도 벌금을 다 내지 못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신세가 되고 있다.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아들들이 비리에 연류돼 구속되는 사태를 지켜봐야 했다. 그나마 이분들이 현재까지는 가장 존경받고 행복한 노후를 지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구속)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권양숙 여사가 40만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는 증거가 확보돼 권 여사가 소환되기 직전에 와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라고 썼다.
그동안 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을 겪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인테넷에 글쓰기도 즐겼는데 건강 때문에 이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건강이 악화돼 부산대병원에 입원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이렇게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드물었을 것이다. 검찰 소환에서도 그렇게 아파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고 체념한 듯한 글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이 땅에 세우는데 공헌을 한 정치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애 쓴 대통령이었다. 부정과 부패와 맞서 싸운 대통령이었지만 자신이 비리 혐의로 수사 받는 신세가 되어 힘들게 했을것이다.
현재 봉하마을과 전국 각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애도와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추모 글과 추모 서명이 잇따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