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간첩 남파라니

조무주 2010. 4. 22. 09:27

  천안함 침몰 사고가 북한의 어뢰 공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은 간첩 2명이 검거됐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북한이 아직도 간첩을 남파하고 그것도 황씨를 살해하라는 지시했다는 것은 북한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 북한의 그간 행동에 우려하는 바가 컸지만 아직도 남파 간첩을 보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인터넷과 전자장비, 인공위성 등 각종 첨단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활성화되는 최근의 상황에서 인적 자원에 의존한 정보 수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해 국내에서 황씨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김모(36)씨와 동모(36)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인 김영철 상장으로부터 황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고 탈북자로 가장 태국으로 밀입국했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2004년부터 공작원 신분으로 대남 침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인민군 소좌 계급이며 남파를 앞두고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했다. 특히 동씨는 황씨의 친척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황장엽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승진하지 못해 남조선행을 택했다"며 탈북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남파 간첩은 남한의 군사 기밀을 수집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으나 이번에는 특정인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유사 사례는 1997년 세인들을 놀라게 했던 이한영씨 피살 사건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씨는 1982년 스위스 주재 한국공관을 통해 귀순해 국내에 정착했지만 1997년 2월15일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남파 간첩에 피격돼 숨졌다.

 

 황씨는 망명 후 줄곧 김정일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특히 그는 최근 들어 김 위원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였다. 망명 후 13년 만인 지난 8일 일본을 방문한 황씨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체제에 대해 "김일성 주석 시대보다 독재의 정도가 10배는 더 강하다"며 "북한은 나를 반역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반역자는 국민을 굶어 죽게 하고 있는 김정일"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에서 대남 및 해외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직접 내려보낸 직파 간첩이 검거된 것은 2006년 태국·필리핀 등에서 국적을 세탁한 뒤 국내에 잠입한 간첩 정경학이 구속된 이후 4년 만이다. 남북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교류 협력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북한의 테러와 무력도발에 대한 경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