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제역 돼지 잃고 외양간 고치기

조무주 2010. 4. 22. 17:08

 

 충주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그동안 안심했던 충북으로써는 충격적이다. 지난 8일 인천 강화군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신호로 보여진다. 더구나 내륙도인 충북에서 발생함에 따라 전국에 급속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2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이모(47)씨의 구제역 의심 돼지를 정밀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1000여마리의 돼지를 길러왔는데 이중 어미돼지 1마리와 새끼돼지 9마리가 젖꼭지에 물집이 생기고 혓바닥에 궤양 증세를 보여 의심 가축으로 신고됐었다. 신니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00년 4월 이후 10년만이다.

 

 돼지는 소에 비해 바이러스 전파력이 최고 3000배에 달하고 있어 비상에 걸렸다. 충주의 구제역은 혈청형이 O형으로 인천 강화군에서 발병한 것과 동일하다. 이는 강화의 구제역이 충주까지 전파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충북도는 이씨의 돼지농가 주변 반경 3㎞ 내의 가축 1만262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살처분 대상 가축은 이씨의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돼지 1110마리를 포함해 5개 농가의 돼지 1만818마리, 79개 농가의 소 1444마리, 10개 농가의 염소·사슴 358마리 등이다. 경계지역인 10㎞ 이내에는 현재 4만6158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관리지역인 20㎞ 이내에는 22만5902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살처분 가축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사실상 최상위 수준인 '심각(Red)'으로 격상시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Orange)'를 유지하되 최고 단계인 심각에 준하는 대응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2004년 구제역 위기경보 제도가 도입된 후 사실상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대책본부의 본부장도 제2차관에서 장태평 장관으로 바꿨다. 충주시는 살처분 매몰지를 확보하고 육군37사단의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아 살처분에 나서고 있다. 도는 또 신니면, 주덕읍, 노은면, 가금면, 이류면 등 충주시 관내 5개 지역은 물론 인근의 음성군과 진천군을 포함해 총 29곳에서 방역초소를 세웠다. 

 

 충주는 물론 함께 신고된 강화의 2개 농장 중에서도 불은면 덕성리의 한우·염소 농가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농장은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 한우 농가에서 6.5㎞ 떨어져 경계지역에 속하는 곳이다. 이번 확진은 강화지역에서 8차례 의심 신고 가운데 여섯번째이다. 이로써 구제역으로 살처분되는 강화지역 우제류 가축만 220개 농가에 2만9800마리로 늘어나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과천청사에서 장태평 장관 주재로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를 열고 구제역 확산 방지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앞으로 각 지자체의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시·도에는 각종 농정시책 추진 때 벌점을 부여하고 책임자는 문책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지금 부터라도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제역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한번 발병하면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다. 강화에서 처음 발병한후 철저한 예방대책을 세웠다면 충주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통의 중심지인 충주에서 발병했으므로 앞으로가 더 문제다. 철저한 후속 대책으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