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연구소에 구제역이라니
천안함 침몰사고, 6.2지방선거 공천 등 전국적인 이슈 때문에 그동안 관심이 소홀했던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인 축산연구소까지 구제역이 발생, 정부가 구제역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천안함 침몰사고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바람에 우선 순위에서 구제역 방역이 밀릴 수도 있겠지만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천암함 사고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애지중지 키우던 소가 하루 아침에 매몰된다는 것은 충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거에 관심을 두고 있어 구제역 방제에 손을 놓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인천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이제 경기도를 거쳐 충북, 충남까지 확산돼 전국으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달 구제역 의심 신고됐던 충남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충남축산기술연구소의 어미돼지 1마리가 정밀 검사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는 정부 수립후 총 4차례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정부 기관인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발병하기는 처음이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종우, 씨돼지를 기르고 송아지나 새끼돼지 등을 분양한다. 또 가축의 품종을 개량하고 우수한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는 일도 맡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농식품부에서는 발병한 원인을 정밀 조사를 하고 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구제역은 혈청형이 O형으로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것과 똑같아 거리가 가까운 충주에서 혹은 강화에서 옮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역학조사 결과 강화의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가축을 내다 판 도축장에 축산연구소 돼지도 내다 판 사실이 있어 이때 사람을 매개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이다. 다행히 그동안 의심 신고됐던 충북 단양 등 4곳은 음성으로 판명돼 농민들이 한시름을 놓게 됐다. 이 때문에 살 처분 농가를 발생지 주변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분간 500m를 유지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새끼 가축과 번식용 정액을 분양하는 등 역학적으로 연관된 농가들에 대해서는 살처분하거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는 돼지와 한우 1540마리를 키웠으며 이중에는 멸종 위기로 등록된 칡소도 있었다. 칡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소로 이 연구소에 14마리를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와 온몸에 칡덩굴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어 칡소라 부르며 한때는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토종소였다. 현재는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들어 일반 농가에서는 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번 충남축산연구소의 구제역 발병으로 칡소를 포함 총 5495마리의 우제류를 살처분했다. 또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3중의 방역망도 새로 설치했다.
농민들은 "정부 연구기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구제역 전파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반 축산 농가에서 대부분 형식적 소독에 머물고 있어 올해 구제역은 엄청난 전파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천암함 희생 장병의 영결식도 끝났으므로 정부는 이제 구제역 방제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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