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9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통해 참회의 말을 했다.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정말 국회가 그렇게만 된다면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말로만이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올바로 인식하고 변화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 탓은 이제 그만하고 우리부터 먼저 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주 적절한 실토였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여 국회에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바가 무엇인가를 보고 그에 맞는 주장을 해야 한다. 여당이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그런 자세는 이제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또 지난 지방선거가 민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 많아 반사이익을 본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에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믿는 가치와 정책이 옳다고 해도 그것을 관철시키는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민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을 두고 한말이라 생각한다. 세종시의 경우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한뒤 무려 총리가 국정을 뒤로 한 채 대전, 충남북을 12번이나 방문했다. 그러나 충청도민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충청도민들은 한결같이 국회가 당초 약속한대로 원안으로 건설하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충청도 광역 시장과 도지사를 모두 야당에게 내줘야 했다. 더구나 충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을 물론 자유선진당에도 밀리는 3위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안희정 후보가 당선 된것은 세종시에 대한 충남 도민들의 심정이 어떤 것인가를 잘 대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승리를 자신했던 충북에서도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가 하는일이 옳다고만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종교계를 비롯하여 환경단체가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60%가 4대강 사업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과의 소통에 게을리 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전반기 국회에 대해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고 대결과 폭력이 난무했다"며 "당내에서 조차 계파간 장벽이 쌓여있고 야당과는 더 높은 단절의 산이 가로막혀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현실"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서 경제도 빨리 살리고 싶었고, 서민들이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고 밝힌 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성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대화와 설득이 없는 국회는 정치가 아니라 일방 독재나 다름없다. 김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잘 표현했다. 제발 후반기 국회에서는 김 대표의 말 처럼 대화와 타협하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