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폭행 다시는 없어야...
등굣길의 초등학생이 또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조두순과 김길태 사건이 터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학교나 사회가 성 폭행 예방에 대해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경비원까지 있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버젓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교내 안전망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등생 A(8)양을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수철(44.노동자)은 지난 7일 오전 10쯤 서울 영등포의 모 초등학교에 아무런 제재없이 들어갔다. 그날은 자율 휴업일이었지만 방과후 수업인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A양은 등교했다.
김씨는 A양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여 5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무참히 성폭행했다. 범인이 잠든 사이 A양은 김씨의 집을 빠져 나와 학교로 돌아 온뒤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대 수술을 받았다. 이날 학교 건물 안에는 교사, 방과후 수업 강사들과 경비원 등이 있었지만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했다는 사실과 A양의 납치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교는 문이 항상 열려있고 공휴일에도 인근 주민들이 운동을 위해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어 외부인의 침입에 대해 소홀했던 것이다.
경비원이라고는 있지만 이들은 건물내를 순찰하는 것이 고작이고 교사들은 수업을 하거나 업무 처리를 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외부인의 출입과 납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서울지역 유·초·중·고교의 교내 CCTV 설치율이 100% 수준에 도달하며 전국적으로도 교내 CCTV 설치율이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또 평일에는 퇴직 군인이나 경찰관, 교사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지킴이 등이 활동하고 있으나 이날은 가해자의 침입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학교 자체의 안전망 강화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비를 강화한다고 해도 학교개방 추세를 고려할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교내에서보다는 등하교때 더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11일 오전 8시2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등교하던 여자 어린이를 교회 화장실로 끌고가 마구 폭행해 기절시킨뒤 성폭행해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김길태는 지난 2월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해 골목길이 많은 재개발지역의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김수철의 거주지 역시 김길태의 범행 장소와 비슷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나 있고 2층이나 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김수철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조두순이나 김길태와 비슷하다. 김길태는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됐고 조두순은 음주 신체 미약 등을 이유로 형량이 줄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김수철은 조두순 보다는 엄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가족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준다. 이 때문에 치안 당국은 물론 학교도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사회 구성원들도 모두 나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