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철학관이 성업이라는데...
경기 침체로 철학관이나 점집이 성업이라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철학관이나 점집도 경기 침체를 겪어야 하는데 그 반대라는 것이다. 취직과 학업, 경제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런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경기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문어 '파울'이었다. 독일의 여섯 경기에 대한 승패를 정확히 맞춰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4강전 부터 결승전까지의 승패를 모두 맞췄다. 이같은 예지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그러나 점쟁이로써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A철학관에는 취직·사업 등을 문의하는 방문객 수가 부쩍 늘어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배가량 늘어난 하루 평균 30여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업주 김모씨(62)는 "월드컵 이후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이 상당히 늘었다"며 "아무래도 점쟁이 문어의 영향을 받은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철학관이나 점집 대신 신세대를 겨냥한 사이버 점집과 인터넷 사주카페 등이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 S사주카페는 역술가와 1대 1 온라인 상담 서비스로 최근 이용자가 몰리면서 상담을 해주는 역술가를 8∼9명 더 늘렸다는 보도도 있다.
불투명한 미래와 진로 문제 등으로 철학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점쟁이의 말을 새겨 듣고 실천하기도 한다. 전에는 주로 혼인날짜를 택일하거나 아이 이름을 짓는 등 중년들이 많이 왔었지만 최근에는 주로 진로 선택이나 사업운을 상담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대학 선택을 놓고 찾아오는 고등학생도 있을 정도다.
선거철에 후보자들이 철학관을 찾기도 한다. 지난 지방선거때 유명 철학관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후보 등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아 상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철학관에서는 주로 악운을 때운다며 부적을 준다. 사람들은 막연한 기대 심리로 이 부적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거나 지갑 속에 고히 보관하기도 한다.
방송인 솔비가 점집에서 옛 남친을 저주했던 사연을 공개해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녀는 최근 케이블TV QTV '순위 정하는 여자'에 출연하여 애인과 헤어진 후 지독한 복수를 감행한 적 있다고 말했다. 당시 토크 주제는 애인과 헤어지면 복수 할 것 같은 스타 싱글녀 순위였다.
순위에 거론된 솔비는 "옛 남자친구가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지나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며 "이에 분을 참지 못하고 힘들 때마다 기대던 점집으로 달려갔고 곧바로 남친의 이름을 저주 명단에 올려 저주 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솔비의 저주가 효력을 발휘한 것인지 정확히 1년 만에 그 남친은 철저히 외로운 신세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녀의 사연에 놀란 다른 출연자들이 "혹시 마음에 안드는 여자 스타들도 그 저주 명단에 올린 거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솔비는 "그렇다"고 대답, 주위를 경악케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끌기 위해 방송된 사연이라 하지만 젊은층이나 유명 연예인도 점집을 찾아가 속상함을 상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이나 사주 등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의지한다는 사실은 명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