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구제역이 청주까지 번졌다. 청주시가 시내 입구 전역에서 방역 활동을 전개했으나 결국 청주까지 뚫리고 만것이다.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는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돼지농가에 대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정밀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어미돼지 12마리가 발굽 수포와 궤양 등의 증세를 보이자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었다.
청주시는 인구 과밀 지역이어서 다른 농가로 확산 우려가 가장 높다. 이에따라 방역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해당 돼지는 지난 달 9일과 30일 예방백신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는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해 수름재, 주성동, 바이오엑스포, 청주IC, 서청주IC, 청주역 공항사거리등 7개 방역초소를 운영중이다.
14일 진천군 사슴농장에서도 사육 중인 사슴이 구제역으로 판정됐다. 사슴이 구제역으로 판정되기는 충북에서 충주와 제천에 이어 4번째이다. 진천군에 따르면 광혜원면의 한 농장에서 사슴 17마리 가운데 2마리가 입 천장이 헐고 사료를 먹지 않다가 지난 8일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초평면의 다른 농장에서 키우던 사슴도 같은 증세를 보여 군이 예방적 차원에서 6마리 모두 소각처리했다.
충북에서 구제역 발생이후 음성군과 증평군내에서 사육 돼지 10마리 가운데 9마리가 매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다가 도내 전역의 축산기반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 농가는 이동제한 명령 후 1개월이 지나야 가축을 다시 들여와 사육할 수 있다. 더구나 송아지나 어린 돼지를 입식하여 길러야 하기 때문에 이들 가축이 성장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28일 충주시 앙성면에서 도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후 충주를 비롯 음성, 괴산, 진천, 청원, 증평, 제천, 청주 등 8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매몰 대상 가축은 소 6376마리, 돼지 29만5849마리 등이며 이 가운데 소 6347마리, 돼지 29만 807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시·군별 매몰대상 돼지 비율은 음성군 89.8%, 증평군 87.8%, 진천군 50.7%, 괴산군 44.9%, 충주시 43.3% 등이다. 하지만 아직도 10여곳에서 정밀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의심 신고도 계속 접수되고 있어 도살될 가축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몰지 확보도 문제다. 환경관리 지침에는 하천에서 30m 이내에 매몰지를 선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도의 경우 구제역 발생지에서 가까운 곳을 먼저 고려하되 지하수 오염 우려가 없는 곳을 매몰지로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매몰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제역 방역 작업으로 공무원들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내에서 방역 및 도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30여 명이 다쳤다. 괴산군 6급 직원 김모씨가 방역초소에 물품을 운반하다 차량이 전복돼 다쳤고, 진천군 7급 공무원 이모씨는 살처분 작업 중 굴착기 바퀴에 발이 깔려 수술을 받았다. 축산위생연구소의 한 공익수의사는 소 발에 차여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
구제역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구제역이 여름까지 계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농민들은 "구제역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정부가 정부냐"하는 원망의 소리도 들린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부른 인재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