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의 잘못된 격려...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태재씨의 학력 위조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충북문화재단 대표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는 듯 하다. 이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사퇴를 권고하기는 커녕 더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강씨에게 "이미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 학업을 중도 포기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느냐,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말 처럼 수십년전 돈이 없어 학업을 중도 포기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학력을 속이고 취업을 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강씨가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속이고 취업을 했으며 이후에도 이에대한 해명 한마디 없이 사회단체 대표로 할동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가 고등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젊은 시절의 아픔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 꿈 많던 시절에 7남매의 장남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 고교를 중퇴해야 했던 그를 위로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려워서 학업을 중도 포기했으므로 졸업하지도 않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거짓으로 이력서를 내어 취업한 것이 정당할 수는 없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이는 엄연히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라는 죄목에 해당한다. 강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력에 대한 부분을 깨끗하게 밝히지 못하고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무척 괴로웠다.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도 했다.
강씨는 분명히 이번 일에 대해 도민에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지사를 면담하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하룻만에 전날의 말을 번복하여 "과오를 헤어려 주신다면 충북문화재단 기초를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한 때 충북을 떠나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나 하나 편하자'는 생각과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말을 되짚어 보면 본인이 아니면 충북문화재단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강씨가 아니더라도 충북문화를 이끌어 갈 인재는 많다. 본인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발언은 충북 문화인에 대한 오만일 수 있다.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길은 오히려 지난날을 반성하고 시골에서든 어디에서든 본인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충북의 문화가 강씨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지난 2일 강씨의 대표이사 내정과 관련된 보도자료에 그의 최종 학력을 '대전고 졸업'이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그러다 재단 이사회가 열린 지난 27일을 전후해 학력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와 관련된 웹하드 등 모든 기록을 임의로 삭제했다. 이 과정에서도 도청 담당 과장은 강씨의 최종 학력을 '대전고 2년 수료'와 '대전고 3년 수료' 등으로 말 바꾸기를 시도했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3학년을 다녔느냐 2년까지만 다녔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정렬 문화여성환경국장은 "대전고 졸업이냐, 중퇴냐가 대표 자격을 결정짓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중학교를 졸업했던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졸업하지도 않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거짓말을 해온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강씨가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