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대도 반값 등록금이라니...
서울시립대가 내년부터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한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때에 내걸었던 공약 때문이다. 사실 이 공약은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먼저 발표했으며 이어 박 시장도 공약한 사항이다. 서울시는 예산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에 가장 많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충북도립대의 등록금 반값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립대 등록금 반값과 강원도립대 등록금 인하를 계기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립대에 반값 등록금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립대도 반값 등록금을 공론화 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7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충북도립대 반값 등록금 추진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도립대학에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반값 등록금 추진방안에 대해 검토해 달라"며 "내년도에 시행할 수 있다면 2012년도 예산에 반영될수 있도록 빠르게 진행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예산이 넉넉하다면 충북도도 서울시 처럼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예산도 많지 않은 충북이 무상 급식에 이어 충북도립대 등록금 마저 반값으로 내리기 위해 도민의 혈세를 써야 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가 한다고 충북도 하자는 식의 발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이 지사가 다음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여 반값 등록금을 거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충북도립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모두 충북 출신의 대학생도 아니고 현재의 등록금 수준도 다른 대학에 비해 비싼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반값으로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충북도립대의 반값 등록금 문제는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등록금 반값과도 거리가 있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것은 너무 많이 오른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내려 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대학 등록금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대학이 수두룩 하다.
현재 재학생 1080명인 충북도립대의 학기당 등록금은 140만원 꼴이다. 이는 사립대 보통 1학기 등록금이 400만원 대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물론 충북도립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일반 사립대 학생들 보다 어려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등록금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충북도립대의 1년 예산은 60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 20억원과 도지원금 40억원 등을 합쳐 60억원이다. 만약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게 된다면 등록금 10억원이 감소하여 도 지원금이 5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도민들의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 다른 시·도에서 유학 온 학생들의 등록금도 충북도민이 부담하는 꼴이다.
충북도는 올해 전국 처음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특수학교 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이시종 지사의 공약 사항이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내년도 무상 급식비로 각각 428억원 씩 모두 856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충북도립대 반값 등록금 명목으로 10억원 늘려야 한다면 이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무상 급식은 충북도민들의 자녀들에게 좋은 점심을 먹이자는 것이어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북도립대에는 타 시·도 학생들도 많이 다니고 있어 이들의 등록금을 충북도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충북도립대 반값 등록금은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