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구잡이 운동기구 예산만 낭비.

조무주 2012. 1. 31. 11:56

 요즘 어디를 가나 체육시설이 넘쳐나고 있다. 공원에는 물론이고 길가나 심지어 등산로에도 각종 체육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물론 운동하는 시민들을 위해 각 곳에 이같은 시설을 설치하면 시민 편의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사전 수요 조사도 없이 빈 공간이 있으면 마구잡이 식으로 운동 기구 등을 설치,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운동기구나 체육 시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것은 첫째 자치단체장들이 치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운동 시설이 눈에 잘띄기 때문이다. 또 체육기구 업체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운동기구가 있어서는 안되는 곳에도 설치하고 심지어 산 중턱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를 설치하고 있다.
 진천군 농다리 산책길 인근의 경우 도로 옆에 운동기구를 설치해 놓았으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증평군도 지난 2010년 증평읍 사곡3리 방곡 버스 정류장 옆에 간이운동시설을 설치했으나 관리소홀로 풀이 우거져 주민들이 안전사고 우려가 있을 정도다. 괴산군은 2009년 1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장암1리 경노당 옆에 운동시설을 설치했으나 관리소홀로 수개월째 방치돼 마을주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보은군은 지난해 모두 13억8000여만원을 들여 구병산관광지 천연잔디구장을 준공했으나 지금까지 단한번의 이용 실적도 없다. 외지에서 체육인들이 찾아 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홍보도 미흡하고 교통도 안좋아 찾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금천동의 호미골 공원에도 수십개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족구장과 잔디광장 중앙에 설치된 운동기구는 찾는 사람이 없어 공원 흉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음성군은 건설한지 3년 밖에 안되는 금왕 생활체육공원 내 그라운드 골프장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다시 똑같은 체육시설을 짓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은 처음부터 노인층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구릉위에 그라운드 골프장을 건설했다가 또다시 일반 체육시설을 조성 이중으로 예산을 낭비한 꼴이 됐다.
 충주시는 대소원면에 2006년 게이트볼장을 설치했으나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서면서 동호인들이 찾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이 게이트볼장은 7000만원을 들여 운동시설과 함께 500㎡ 인조잔디로 조성됐지만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단양군은 매포읍과 단성면, 대강면에 조성한 생활체육공원에는 농구장, 풋살장,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갖추고 있으나 체육대회를 제외하고는 산책로로 사용될 뿐이어서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체육 시설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간을 활용한다며 수요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마구잡이 식으로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있어 예산을 낭비하는 곳이 너무 많다. 이같은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 다시 보수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해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철저한 사전 조사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제대로된 시설을 해야 한다. 체육 시설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효율적으로 이용될때 가치가 있다. 흥덕구 개신동 구룡산과 운천동 청주고인쇄박물관 뒷산에 설치된 운동기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여 이용 빈도가 높다. 또 우암산 정상에 설치된 운동 기구도 산을 오른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각 지자체는 철저한 수요 조사 후에 이같은 시설을 설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