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룰을 고치자고 해서야.
새누리당의 대통령 선거 비박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 일리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실리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룰을 바꾸는 것이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지금 추세라면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 갈 수 있는 후보가 없다. 박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앞서가기 때문이다. 아마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한다해도 박 전 대표를 따라갈 수 있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은 일반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같은 특수한 국가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야권 지지자들이 유력 후보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하여 다른 후보에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아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경선이 가장 좋은 제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선수가 룰을 따라야지 룰을 고쳐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룰은 언제든지 고칠 수는 있다. 그러나 경기가 곧 시작되는데 이를 고치라는 것은 선수가 할말이 아니다. 다음 경기를 위해 고쳐보자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 경기부터 당장 고치라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당 지도부는 경선 룰 협상을 위한 경선준비위 절차 없이 곧바로 경선관리위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에대해 비박 주자 3인방인 정몽전 전 대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경선 무용론'까지 제기한다. 이들 3인의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과 권택기, 차명진 전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고 "후보들의 의사가 반영된 경선 룰 확정없이 출범하는 경선관리위는 무의미하다"면서 "당 지도부가 중립성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당 화합을 해칠 것이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경선이 수용되지 않으면 경선을 보이콧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당 지도부가 끌려 가서는 안된다. 경선이 무산되더라도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어차피 후보 경선으로 흥행을 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박 전 대표는 최종 대통령 후보가 되어 야권의 단일 후보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경선이 무산된다고하여 손해를 볼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친박 의원들은 "지금 와서 불리하다고 경선 룰을 고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마디로 억지다"라면서 "시간상으로도 오픈프라이머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여권 관계자는 "경선이 무산되거나 파행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본선에서도 좋지 않다"면서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촉박한 완전국민경선을 수용하기는 당지도부로써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19대 국회 첫 의원연찬회를 열었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이들과 가까운 김용태, 안효대 의원이 연찬회에 불참했다고 한다. 일종의 기싸움으로 보인다. 지금의 룰이 마음에 안들면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으면 된다. 이를두고 당 지도부에 협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