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돼야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한데 이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크게 반발하는 것 같다. 이같은 발언은 대통령으로써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임기말 지나친 강경 발언과 행동으로 양국 관계만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수년간 일본의 행태를 보면 전혀 지나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독도 방문은 우리땅을 대통령이 간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영토임이 분명하다. 또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당연히 과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반응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기조를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도 이 대통령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맞서고 있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이 15일 아침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처음이다. 민주당 정권은 출범이후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억제해왔다.
일본 관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든 말든 우리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국가 차원의 참배가 아니라 개인적인 참배라고 하는데 대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만나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리의 힘은 강화되고 있고 일본은 영향력은 떨어진다는 말로 들린다. 대통령의 자신감 표현이다. 교원대에서는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하게 일본에 대해 압박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행태로 봤을때 스스로 사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고 독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했다. 교과서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작심하고 발언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에 대해서 실망감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출신이어서 과거의 총리에 비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았으나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노다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주장했다. 지난 4년간 일본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일본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경제 협력 등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경 발언으로 표출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 문제는 거론하지 않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차원이 아니라 전시(戰時) 여성 인권문제로 규정했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차원이 아니라 인류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 대해 더욱 책임감 있게 처리하라는 압박이다.
일본은 이웃나라로 중요한 동반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사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광복절을 보내면서 우리는 어느때 보다 한·일 관계에 대해 새로운 자세를 가져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