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산업단지 왜 이러나
청주산업단지에서 또 염소가 누출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10분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 염소가 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2시 25분 제보를 받고 화학차와 방제 인력을 투입 수습에 나섰다. 이때까지 업체 측은 전혀 신고를 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하이닉스에 따르면 청주공장의 M8라인 비메모리 반도체칩 제조공장 내 반도체를 닦아내는 밀폐공간에서 염소가스가 1ℓ가량 누출됐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4명이 배관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냄새가 나자 10여초 만에 배관 밸브를 잠근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대응이 그나마 큰 사고를 막은 것이다. 염소가 누출되자 공사 현장에 있던 근로자들과 건물 내 직원 100여명을 대피시키고 해당 생산라인 작동도 중단했다.
다행히 정화장치를 작동시켜 1.8ppm이던 대기 중 염소가스 농도가 10분 뒤 정상 수치인 1ppm으로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직원 4명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여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그러나 염소 누출 사건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에대한 안전 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하는데 소량의 염소라도 누출됐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이 신고를 하지 않은것은 가끔 생길 수 있는 경미한 사고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염소 누출은 인근의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어서 어떠한 경우라도 신고를 해야 한다. 이번 신고도 염소 누출사고가 발생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신고를 하지 않자 한 주부가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 주부가 이같은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면 그냥 덮어졌을 것이다.
청주산업단지의 유독 물질 누출사고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1월 15일 오후 9시 53분 ㈜GD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넘어지면서 발로 밟은 PVC 파이프가 깨져 불산 2500ℓ가 새어나왔다. 이 사고로 근로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업체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유독 가스가 누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공장 주변 조경수가 고사하고, 이웃 공장의 유리창이 변색되기도 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사고 이후 이 업체 주변을 모니터링 한 뒤 "공장에서 배출되는 불산이 주변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 LG화학 청주공장 지난해 8월 다이옥산을 담은 드럼통이 폭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무리한 공장 설계 변경, 안전장비 미착용 등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로 밝혀졌다. 청주산업단지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가 있어 유독물질이 누출될 경우 대형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가스 1ℓ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며 "염소누출 사고 은폐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다. 당국은 철저한 감독과 지도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