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안정기금 전국 확대돼야
청결고추의 고장, 음성군이 큰 일을 해냈다. 전국 최초로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을 확보해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오랜 농민들의 숙원이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어떻게 전국으로 퍼져 나가 정착되느냐가 중요하다. 첫 단추가 잘 꿰어졌기 때문에 충북을 중심으로 농산물 안정기금 조성은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된다.
음성군의회는 지난 24일 244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 예산안 가운데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10억원을 의결했다. 이 기금은 쌀, 고추, 복숭아, 인삼, 한우, 수박 등 6개 농축산물의 도매시장 가격이 최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지원해주는 것이다. 농산물 최저 가격은 3년 간 도매시장 가격과 농촌진흥청에서 조사한 생산비, 현지 생산비를 참고해 매년 상반기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로써 과잉 생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그 차액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차액 지원 농작물은 6600㎡ 이내이며 한우는 연간 출하 30마리 이내로 하기로 했다. 음성군은 우선 올해 1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2017년까지 총 5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조례는 지난 2010년 8월 조례제정 운동 선포식이 개최되면서 시작됐다. 농민들은 농두렁을 누비며 6421명의 서명을 받아 같은해 11월에 주민 발의안을 음성군에 제출했다. 이어 조례 청구 공포, 조례규칙심의회 심의 통과, 음성군의회 부의, 음성군의회 농업인단체 간담회 등의 절차를 거쳐 발의 2년만에 조례가 제정 공포됐으며 이번 추경에서 기금도 확보한 것이다.
음성군 농업인단체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예산 상황에도 군민들의 간절한 희망을 존중하고 받아준 자치단체의 결정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농협까지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설치 조례에 동참하면서 본래의 역할인 농민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해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궁극적 희망은 음성의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농민들이 가격 폭락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농축산물이 생각보다 더 폭락하여 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기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있다. 또 농민들이 주장하는 피해액과 군이 생각하는 피해액이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상액을 정하는지도 과제다. 2017년까지 50억원을 확보한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농산물 가격이 폭락 할 수 있어 기금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국과 FTA가 완료되면 값싼 농산물이 홍수처럼 몰려 올 수 있어 농민들의 피해는 예측할 수 없다. 이같은 피해를 농축산물 안정기금이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음성군이 전국 최초로 이같은 조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국의 자치단체도 같은 조례를 만들고, 정부에서도 농축산물이 폭락할때 그 차액을 지원하는 법 제정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성군의 조례 제정과 기금 확정은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어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