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은 대화에 진정성을 보여라

조무주 2013. 6. 18. 10:37

  북한이 우리나라와의 당국자 회담을 전격 취소한지 5일만에 북·미간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우리를 배제한채 미국과 직접 회담을 해보겠다는 속셈이다. 오래전부터 써온 통미봉남 정책을 다시 시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쉽게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비핵화도 겨냥, 사실상 기존의 핵군축 회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화의 마당으로 안나와도 그만이고 나오면 자신들이 대성공한 것으로 볼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게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어 대화 가능성은 낮다.
 정부 고위소식통도 "비핵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북한의 대화 제의가 내용상으로는 평가할 부분이 없다"고 말하고 "미국도 비핵화 측면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을 무산시키고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다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서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 대화를 제안하면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건설 문제 등 한반도에서 북·미간 현안을 의제로 제시했다. 핵 없는 세계건설이라는 것은 곧 핵군축 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고 강조했지만 3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얼마되지 않아 비핵화 발언에는 일관성이 약해 보인다. 물론 김정은 체제 이후 처음 나온 한반도 비핵화 입장이어서 관심을 받을만한 발언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의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은 작년 2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회담이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과 미국의 대북 영양지원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2·29합의를 끌어낸바 있다. 그러나 이도 정상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 국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의지가 있느냐는 아직도 의문이다. 한마디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말로는 비핵화를 운운하지만 지금까지 핵개발을 지속해왔다.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허우적일때 장거리 로켓과 핵개발에 매달려 온 것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헤이든 대변인도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다. 북한이 이런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조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우회 비판한 것이다.
 북한은 당초 우리나라와의 대화를 시작한 뒤 이를 징검다리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대화가 무산되자 이제 직접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북한이 미국의 밤 시간대에 회담을 제의한 것을 보면 진정성에도 의문이 간다. 선전전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남·북 대화에 성실히 응하고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