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청주시

조무주 2013. 7. 13. 18:03

한범덕 청주시장이 옛 연초제조창 매입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했다. 이모 전 기업지원과장의 개인 비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회견이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을 보면 한 시장의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100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KT&G 대행사가 부지 매입 과정에서 6억6000만원의 뇌물을 줬는데 왜 이 돈을 줬을까. 그것은 당연히 매입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매입가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돈을 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 시장은 혈세 100억원 낭비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단지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혈세를 낭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350억원이 적정한 가격이라면 KT&G 대행사가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 당초 이 부지와 건물의 잠정 감정가는 250억원이었다. 그런데 350억원으로 증가한 부분을 청주시가 명확하게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지는 그렇고 건물의 경우 부동산 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철거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또 왜 별로 쓸모도 없는 부지와 건물을 청주시가 거액을 들여 매입했느냐 하는 의혹이다. 청주시에 돈이 남아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350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이 부지와 건물을 산다는 것이 처음부터 문제였다. 이곳에서 현재 2년에 한번씩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그것도 일부 건물만 사용한다. 대부분의 건물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모 전 기업지원과장은 배임혐의 없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고 말하고 "옛 연초제조창 부지 매입 과정에서 혈세 100억원을 낭비했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 시장은 또 "윗선 개입 의혹도 사실이 아닌 이 전 과장 개인의 비리로 확인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공소장에 의하면 지금까지 공개된 혐의 외에 추가 범죄는 드러나지 않았다. 윗선 개입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혐의가 모두 사라졌다고 단정 지울 수는 없다. 추가로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따라서 이 과장의 개인비리일지 아니면 또 다른 비리가 확인될지 더 두고봐야 한다. 검찰은 시가 당초 제시했던 액수보다 100억원이 비싼 350억원에 부지매매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한 시장이 100억원 혈세 낭비가 아니라는 단정은 잘못이다. 이제 법원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거래 당사자들이 시에 대한 기만행위로 매입가가 부풀려졌다면 혈세 낭비가 드러나는 셈이다.

 

기자회견후 한 시장의 발언에 논란이 벌어지자 "혈세 100억원을 낭비했다는 일부의 의혹 제기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고 수정했다. 이처럼 수정까지 하는 것은 혈세 낭비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한 시장은 공직부정방지 시스템 구축과 부조리 사전 예방활동 강화, 공직기강 확립 등 공직비리와 부패행위 척결을 위한 종합대책도 내놨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