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부정 반드시 근절해야
경쟁 시회에서 시험은 필수다. 시험을 통해 서열을 메기고 당락을 결정한다. 그래서 시험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이 때문에 시험에 대한 부정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충남지역 한국농어촌공사 간부 2명이 승진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3급 승진 시험이나 5급 정규직 전환 시험 문제를 출제 기관 직원으로부터 미리 받아 직원 1인당 1000만원∼2000만원씩 받고 이를 팔았다고 한다. 정상적인 능력으로는 시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이들에게 돈을 주고 승진이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넘겨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력이 우수하여 시험으로 승진이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직원이 탈락하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
이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미리 접근, 돈을 요구하고 문제를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담한 거래인 셈이다. 현재까지 이들에게 돈을 주고 문제를 제공받은 사람만 수십명에 달한다고 한다. 승진 시험 문제 등이 전국 공통이어서 충남·북 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서도 부정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 다른 공공기관의 승진 및 입사 시험 문제도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져 다른 공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이에대한 수사도 벌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월에는 충남교육청 소속 장학사가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충남 모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 C씨는 교육전문직 시험 문제지를 사전에 유출, 충남교육청 소속의 모 교사에게 돈을 받고 전달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시험 문제가 유출되기도 한다. 청주의 모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학원에 유출하여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기간제 교사 A씨는 지난 9∼11일 치러진 기말고사의 1·2학년 영어시험 문제를 통째로 유출 자신이 잘 아는 학원에 제공했다. 이런 사실은 해당 학원에 다니던 학생이 "학원 기출 문제와 학교의 기말고사 문제가 똑같았다"고 말해 학교 측에서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학교 측은 뒤늦게 영어 과목의 시험을 다시 치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교사는 계약 해지됐다. 또 곧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연세대에서는 로스쿨 학생 B모씨가 시험지를 빼내기 위해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의 교수 연구실에 몰래 들어갔다가 붙잡혔다.
이런 가운데 한 고교생의 양심선언으로 시험 문제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사실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고교에서 2학년 영어수업을 담당하는 기간제 교사가 기말고사 영어시험 문제를 이 학교 학생들에게 사전에 전달했다. 문제를 제공받은 한 학생은 시험을 앞두고 고민을 하다 교장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문제지 유출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따라 이 학교는 유출된 영어시험지를 폐기하고 문제를 다시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유출은 반드시 관련자가 개입된다. 따라서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성한 시험이 부정에 의해 순위가 바뀌고 당락이 좌우된다면 이는 공정사회가 아니다.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시험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