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충호 시대 소리만 요란하다

조무주 2013. 12. 30. 17:15

  영충호 시대라는 말은 신조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8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앞지르자 영호남이라는 말의 대칭으로 영충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다행히 이 용어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어학사전에 올랐으며 그래서 충북도가 고무돼 최근 부쩍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신조어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호남의 입장에서 보면 인구가 좀 많아졌다고 이를 기화로 호남을 경시하려는 처사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실제 호남 사람들은 영충호 시대가 하루 아침에 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가 영충호 시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충북의 길 10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10대 계획은 국민 대 융합·화합 추진체계 구축, 균형발전을 촉진할 국토 X축 교통망 구축, 한국 100년 미래를 이끌 충청형 첨단산업 비전 제시, 충청권 위상 재정립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충북도는 우선 민간 주도의 범국민 대 융합 협의체 및 전국 권역별 석학이 참여하는 '영충호 포럼'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 포럼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범 국민 화합에 앞장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협의체를 충북에서 구성한다고 전국의 석학들이 고루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호남권 인사들은 이에 부정적일 것이 뻔하다. 정부가 나서 이같은 포럼을 구성한다해도 호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텐데 충북에서 이를 구성한다면 협조하겠는가. 

 

 


 충북도는 또 국민대통합위원회 청사를 충북에 유치하기로 했다. 영충호 접경지역에 화합 상징물과 광장도 조성하고 지역화합 축제도 개최한다고 한다. 먼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충북으로 이전할지는 미지수다. 또 국민 융합과 상생 협력을 위해 영충호 접경지대에 상징물과 광장을 조성하고 축제도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같은 계획이 호남 지역에 반감을 살 가능성도 있다. 도는 또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목포∼청주∼제천∼강릉 고속화도로와 KTX 철도망 구축, 동서 5축 고속도로(당진∼울산) 및 동서 6축 고속도로(평택∼삼척) 등 충청권을 관통하는 교통망 조기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이외 세종시의 완성을 위해 비경제·일반 부처와 국회 본원 이전,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국회의원 선거구의 합리적 조정, 영충호 가치 확산을 위한 범충청권협의체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전·청주·공주를 포함하는 충청광역 도시권 조성,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영남·충청·호남 공동 협의라인 개설, 접경지역 문화자산 공동 개발을 건의하기로 했다.이같은 종합계획이 충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청사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여 소리만 요란한 계획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은 꿈이 담기고 미래를 향한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영충호 시대를 위한 '충북의 길 10대 실행계획'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실행계획에 앞서 무엇보다 실천 가능성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 영충호 시대라는 용어도 국민 화합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충북도가 너무 '영충호'라는 용어에 매달리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