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의 순수성 잃지 말자
기부와 자원봉사는 선(善)의 대명사다. 자신보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이나,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의지,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뜻에 의해 어려운 사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원봉사라 함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통칭하기도 한다.
기부는 나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도 있다. 지난해 아너소사이어티 400호 회원이 탄생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기부 문화도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다. 아너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처음 조직된 이후 2008년 6명이었던 회원은 400호 회원까지 탄생한 것이다.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인 빌 게이츠는 미국의 기부왕이다. 미국 고액 기부자 50명 중에 빌 게이츠는 19억 달러를 기부해 1위를 차지했다. 우리 돈으로 2조35억원이다. 20년째 미국 최고의 부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기부에서도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빌 게이츠의 총 기부액은 지금까지 28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다. 미국의 거부들은 부자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고액 기부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조천식씨 부부는 2010년과 2012년 각각 두 차례에 걸쳐 평생 절약해 모은 155억원 상당의 재산을 인재양성 사업에 써달라며 KAIST에 기부했다. KAIST에는 578억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故 류근철 박사와 3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김병호씨 부부, 그리고 300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前 미래산업 회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내 각 지자체의 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만 해놓고 실제 활동은 하지 않는 자원봉사자가 많다는 보도가 나왔다. 충북도자원봉사센터와 도내 12개 시·군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26만4540명에 달했다. 이 중 청주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7만9787명 중 1회 이상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실인원은 27.3%인 2만1800명에 불과했다. 충주시도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4만2329명인데 비해 실제 봉사인원은 1만4434명으로 34.1%에 그쳤다. 도내에서 인구 대비 가장 자원봉사자가 많은 단양군은 등록 자원봉사자가 9021명이었으나 실제 활동을 한 자원봉사자는 2984명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도내 전체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총 26만4540명인데 이중 1년에 단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한 봉사자는 8만5713명으로 32.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자원 봉사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봉사자라고 등록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는 자신과 사회를 속이는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봉사자로 등록하지 않으면서 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훨씬 많다. 봉사에 나서기가 어려우면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또 자원봉사센터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실제 활동을 하지 못할 사람들을 인원수만 늘리기 위해 등록하도록 했다면 이도 시정돼야 한다. 봉사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사회를 속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