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고노담화는 1993년 8월 4일 발표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당시 관방장관인 고노가 발표한 것이다.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고노 담화에 대해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력한 우익 정책을 고수했던 아베의 이번 발언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 같다. 이같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 공개되자 박근혜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베의 이번 발언만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 된 것이 아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일본 정부의 보다 진전된 행동이 있어야 한다.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 개선에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아베 내각의 명시적이고 현실적인 사과 및 보상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번 아베의 발언만으로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담은 담화로 고노담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것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달 "정부 안에 고노담화 검증팀을 설치해 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히면서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를 공식적으로 아베 총리가 부정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 취임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노담화 수정 의지를 천명한 바도 있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과 이를 사죄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런 아베가 이번에는 이를 인정한 발언을 한 것이어서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한일 회담의 단초가 되는 것은 시기 상조다. 아베의 진정성이 아직은 의심되기 때문이다. 이베가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은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해온 미국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결같이 한일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달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3국 회담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앞서 한일간 화해 무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미국 정부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검증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계승은 하지만 검증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노담화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한다"고 말하고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에 입각한 행동을 함으로써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 발언의 진정성 여부는 앞으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다보스포럼 등에 한일 두 정상이 참석했음에도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일본이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