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화백 명예를 실추시켜서야
충북 청원군 내수읍 '운보의 집'에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전시했다가 말썽이 일자 이를 철거했다. '운보의 집'에서 이같은 전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어떤 분인가. 한국화단의 대가로 많은 예술인들로 부터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운보는 7세 때 장티프스로, 언어 불능에 청각 장애까지 얻었다. 그러나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연 4회 특선에 조선미전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받기도 했다. 인물화와 자연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해방 이후에는 활달한 필법으로 꽃과 새 등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1946년 33세의 늦은 나이에 서양화가인 우향 박래현과 결혼했으며 이후 부부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생전에 두 여인을 잊지 못한다고 했는데 한 여인은 어머니였으며 또 한 여인은 부인인 우향이었다. 1971년 3·1문화상을 비롯 국민훈장 모란장(1981), 예술원상(1983), 서울시 문화상(1986) 등을 받았고 사후에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받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어머니의 고향인 형동리에 내려와 운보의 집을 짓고 마지막 창작 혼을 불태웠다. 운보의 집은 1984년에 완공되었다. 아름다운 정원과 한옥 안채가 눈에 띠며 약 8만3000m²의 대지에 운보미술관, 수석공원, 조각공원, 도자기공방 등이 있다. 한때 충북의 명소로 주말에는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아 오기도 했다. 최근 충북도는 문화관광부에 운영권을 충북도에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여 침체된 운보의 집을 충북의 명소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운보의 집에서 성 조형물 전시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본보 취재팀에 따르면 운보의 집에 각종 성과 관련된 20여 점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으며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철거하고 기존의 전시물을 다시 전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성 관련 작품 중에는 상의를 탈의한 반인반수의 여성, 각종 동물들의 성행위 모습까지 묘사됐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노골적인 말과 원숭이의 성행위 조형은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김기창 화백을 잘모르는 어린이들의 경우 이같은 조형물을 보면 김 화백이 외설 작품을 만든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운보의 집을 관리 감독하는 문광부도 문제가 적지 않다. 충북도가 운영권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할 때 이를 이행했다면 이러한 전시를 하지 못하도록 충북도가 관여했을 것이다. 운영권만 갖고 감독이나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충북도에 운영권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보의 집 관계자는 "이번 조형물들은 제주도에서 대전으로 운반돼야 하는 것을 운송하는 직원의 실수로 이곳에 위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의 전시물을 거두고 성 행위 조형물을 전시한 것을 보면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실수라기 보다 사전 계획에 의한 전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다행히 운보의 집 관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철거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는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광부가 감독을 잘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