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추행 경찰관이 밤길 도우미라니

조무주 2014. 5. 21. 10:26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 국민 담화에서 해경을 해체하고, 행안부를 축소하며,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공직 개혁을 약속했다. 특히 끼리끼리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5급 공채와 민간전문가 채용을 5대 5로 실시하는 등 철밥통 공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대통령의 뜻이 말단 공무원까지 개혁하는 계기가 되기를 전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추행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밤길 여성 귀가 도우미'를 수행하고,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찰관이 순찰차 운전대를 잡는 일들이 적발됐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성범죄 전과자를 비롯해 각종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등 곳곳에 헛점이 드러났다. 성추행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버젓이 경찰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밤길 여성 귀가 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부 조직의 시스템이 이 지경이니 윗선을 아무리 정화한다해도 기강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도 모자라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찰관이 순찰차를 몰고 다녔다는 것이다. 본인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까지 취소됐으면서 정작 현장에서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을테니 도대체 경찰 조직이 왜 이 모양이었던가. 세월호 참사후 해경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도 선장 등 승무원만 구출하고 선내 진입을 지시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처럼 상관의 지시에 불응하는데도 강력한 대책이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경찰청, 안전행정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민생침해 범죄예방 및 관리 실태'를 감사했다. 이 결과 2012년 12월 성추행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지구대에 배치돼 '밤길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수행했다. 또 전국에서 20여명의 경찰관이 성추행 등으로 징계를 받고도 귀가 도우미 서비스를 맡았다. 감사원의 표본조사 결과 2012년에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 32명 중 14명이 면허가 취소·정지된 상태에서 순찰차를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포함하여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찰관 298명 중 248명(83.2%)이 시민과 직접적인 대민활동을 수행하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배치되어 근무했다고 한다. 지구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일선의 기관이다. 그런데 각종 범죄에 연루돼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찰이 이곳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들이 서민을 위해 봉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를 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성범죄자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전력자를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한 사례도 적발됐다고 하니 경찰이 업무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성범죄 전력자 151명의 거주지가 잘못 공개된 적도 있다. 공직 기강 확립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일선에서 뛰는 최전방 근무자까지 공복으로써의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공직 개혁을 강조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 사회가 일대 변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