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교사 장학관 발탁 신중하라

조무주 2014. 7. 9. 08:50

 지난해 충남 장학사 비리 사건은 교육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장학사 시험 문제 유출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종성 전 충남교육감은 징역 8년에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8000만원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장학사 5명에 대해서도 징역 3년 6월에 벌금 3000만원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까지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또 이 사태에 연루된 장학관과 장학사, 교장과 평교사 등 모두 46명이 징계를 받았다. 우리나라 교육사상 가장 큰 비리사건으로 기록됐다. 징계 수위도 파면이 6명, 해임 19명, 강등 6명, 정직 6명, 감봉 6명, 견책 1명 등이다.
 충남교육청에서 이처럼 엄청난 교육 비리가 발생한 것은 교사가 장학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장학사가 되면 일반 교사에 비해 교장으로 승진이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장학사와 장학관은 모두 교사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고 교육청에서 장학 및 이와 관련된 활동을 주 업무로 한다. 각 시·도의 초등교육국의 국장 및 각 과장을 장학관으로 보하며, 중등교육국의 국장·중등장학과장·중등교직과장 및 과학기술과장 등도 장학관으로 보한다. 장학관 아래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장학사다. 장학사 되기도 어렵지만 장학관 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런데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발탁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 내에 정책보좌관이 신설되고 공약추진팀과 혁신학교 TF팀이 운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공약추진팀과 혁신학교 TF팀은 각각 10명 정도로 구성되며 공약추진팀은 연말까지, 혁신학교 TF팀은 교육감 임기 내내 존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곳의 팀장을 평교사 중에서 선발하며 장학관 급으로 임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평교사가 장학관이 되는 것이다. 7년 이상의 평교사 중 교육감이 발탁하여 장학관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근거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평교사가 장학사 되기도 어려운데 장학관으로 발탁된다면 엄청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출중하다고해도 이같은 파격 인사는 아직까지 없었다. 보수진영의 교육 인사들은 '인사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파격은 조직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파격은 엄청난 파장으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파격 인사에 선택되지 못한 수많은 평교사들이 좌절감에 빠질 것이다. 또 조직에 대한 불신이 쌓일지도 모른다.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으로 돌아간다.
 이때문에 교육청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화석 교육국장은 "도교육청의 조직개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도교육청 내에서는 논의된 적이 없다"며 "이러한 것들은 최소한 간부회의를 통해 교육청 내 간부들과 각 과, 부서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조직에서 이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기용 전 교육감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발탁했다면 전교조에서 잘한 인사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인사가 만사다. 그래서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발탁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