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양대사학 바람잘날 없다
청주를 한때 교육의 도시라고 일컬었다. 인구에 비해 대학이 많고 교육열이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주시에는 청주대, 서원대 양대 사립대가 있고 한국교원대, 청주교대 등 교사 양성 대학도 두곳이나 있어 교육의 도시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 청주를 지금도 교육의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월이 지나면서 교육의 도시라는 말보다 산업도시 혹은 바이오의 도시라고 지칭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과거 청주에 있는 청주대와 서원대는 청주의 상징이었다. 청주대는 68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서원대는 4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서원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사범대학인 청주사범대학이 모태였다. 그런데 이들 두 대학은 오랫동안 구성원간 갈등으로 편할 날이 없었다. 청주대는 설립자 후손들이 총장직을 독식하며 학교 운영에 부정이 많아 구성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으며 서원대는 설립자 후손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주한이후 다른 재단이 몇차례 학원 경영에 참여했으나 나아진 것이 없었다.
올들어 청주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한강 이남 최고의 명문 사학이라고 주장했던 청주대가 부실대학이 됐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대학측이 '학교 혁신 및 발전 방안'을 내놨지만 총학생회와 총동문회 등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더욱 반발하고 있다. 청주대는 부총장 주재로 "전국 대학 상위 30% 이내, 5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적립금 8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 800억 원의 적립금을 투자해 학사제도 개혁, 신규 장학금 확대, 학과별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도서관환경 개선, 전임교원 확충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3000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둔 청주대가 왜 진작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학교 측의 자구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총학생회와 총동문회의 주장이다. 총학생회는 "이제 학생들 스스로 학생들의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총동문회 측도 현 사태의 중심에는 총장이 있으며 따라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동문회 관계자는 "3000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이 쌓여 있지만 등록금의 교육비 환원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등록금과 적립금 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재단을 영입한 서원대도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학원 설립자 후손은 현 서원학원 이사장의 선임과 관련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이사 선임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후손 측은 "서원학원 이사회는 부당한 절차를 통해 법인 인수자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추천했다"며 "사분위의 이사 선임과 교육부의 최종 승인 역시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후손은 또 경영자 영입 등 학원 정상화를 심의할 때 설립자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손 측은 새로운 재단이 영입됐으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청주대와 서원대의 발전은 청주시 발전과도 직접 연관이 있다. 역사와 전통의 양대 사학이 발전하면 곧 청주시가 발전하고 충북도가 발전한다. 그러나 아직은 양 대학 모두 흡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