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최우선인 국가돼야
판교 환풍구 사고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명의 아까운 인명이 피해를 입은지 몇 달이 됐다고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현행법에는 환풍구 안전 장치에 대한 규정도 없다. 환풍구 덮개가 어느 정도 중압에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환풍구 차단 안전 장치 혹은 경고 표시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더구나 공연장에 안전 요원도 없었다니 더욱 기가 막힌다. 안전 요원이 환풍구 덮개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지도만 했다면 참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았고 또 좋은 위치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공연장 일수록 안전 요원의 배치는 필수다.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4명은 자신이 안전요원인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안전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데 곳에서 안전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환풍구 덮개는 지상에서 1.5m 정도에 설치됐다. 누구나 올라 설 수 있는 높이다. 물론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올라선 잘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규정이 있고 이곳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차단 장치가 설치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라도 환풍구 설치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20일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야당과 정책적 대안 마련에 함께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살려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 시점에서 충격이 크다"면서 "우리 모두 안전 의식을 높이면서 대형 참사 요인이 존재하는 시설이나 안전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안전에는 여야가 없으며 이 때문에 국민 안전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세월호 특별법, 유병언법을 반드시 이달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풍구는 지하의 오염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시설이다. 현행법에 지하 역사, 연면적 2000㎡ 지하도 상가 등을 신축할 때에는 환기 설비를 갖추도록 명시돼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 등에도 설치돼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현프리몰 지하상가 환풍구는 가로 640cm 세로 110cm에 달한다. 그런데 환풍구 높이는 겨우 10∼15cm에 불과하다. 이곳에도 안전을 위한 차단 장치나 경고성 문구가 없다.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서는데도 아무 제재가 없다. 환풍구 깊이는 20m에 달한다. 추락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높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곳에 올라서면 추락 위험도 있을 것이다.
판교 환풍구 사고후에도 도심의 환풍구 위를 거침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환풍구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세월호 참사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민들도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