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 대통령 열병식 참석의 의미

조무주 2015. 8. 31. 09:03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항복한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기념하지만 중국은 일본 대표가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 위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을 한 9월 2일을 기준으로 3일을 '중국 인민 항일 전쟁 승리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가 항일 전쟁 승리 기념 70주년이 되는 것이다. 이번 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30명의 국가 지도자와 브라질 국방장관 등 19명의 정부 대표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참석하지 않는다. 아베 일본 총리는 열병식에는 참관하지 않고 전승절을 기념하여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획했다가 항일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전승절에 중국을 방문하여 열병식에도 참석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대가 북한을 도와 한국을 침공하여 그동안 대통령이 전승절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의 열병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70년 전에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행사로 그 성격과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번 결정은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고 또한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 등을 감안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만큼이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참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반 총장의 참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교도통신은 반 총장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에 대해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일본 외무성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뉴욕의 자국 유엔 대표부를 통해 반 총장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외무성 간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기념행사에 유엔 사무총장이 태연하게 가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나 반 총장은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참석한다'고 단호한 일장을 일본에 전달했다. 특히 "올해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었던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70주년이 되는 동시에 유엔 창설 70돌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참석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전승절 기념식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에는 1만2000여 명의 장병이 동원되며 500여 종의 무기가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에도 참석하므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의 김정은 국방제1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아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또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인 반 총장의 참석도 뜻이 깊다. 이번 중국의 열병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