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인쇄박물관 감사하라
위조 논란을 빚고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계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한점 의혹없이 진위가 가려지기를 기대한다.
만약 증도가자가 위조로 들통나면 처음 이를 주장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위조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증도가자를 구입해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넘겼다면 사법 처리도 피할 수 없다. 반면 증도가자가 사실로 확인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두 기관중 어느 하나는 위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국과수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후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활자 주물 방식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청동 유물은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가 활자의 표면과 내부가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부식은 산소와 결합하여 진행되는 것인데 내부에서 먼저 부식할 수는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 교수가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의 탄소 연대 측정 결과다.
그러나 국과수는 일부 활자에 먹을 인위적으로 씌운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고려시대 정도의 먹은 중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다는 것도 학자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양 기관의 공방을 종합해보면 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과학적 분석을 한 국과수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증도가자는 처음부터 위조 논란이 있었고 경북대 산학협력단만 진짜라고 주장해왔다.
이 기회에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대한 조사도 병행되기를 촉구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그동안 증도가자 진위를 놓고 두사람이 대립했다. 학예실장 A씨는 가짜일 것이라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고 학예연구사 B씨는 진짜라고 주장했다.
물론 학자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주장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고인쇄박물관은 직지에 대해 연구하고 직지의 위상을 높이는 곳이다. 직지의 원본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있다. 직지보다 100여년이나 앞섰다는 증도가자의 활자가 한국에 있다면 당연히 증도가자 위상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사 B씨는 지난 2011년부터 증도가자가 진본임을 주장하는 국제학술회의와 성과 발표 행사에 수차례 참석했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동아시아 금속활자 인쇄문화의 창안과 과학성 2차 국제학술회의'에도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출장계를 내거나 관장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 대부분 연가를 내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물관 측은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라는 타이틀로 증도가자가 진본임을 주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개인 박물관이 아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국가가 주는 봉급을 받는다. 그런데 고인쇄박물관의 위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표를 하고 심지어 박물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이같은 행동을 했다. 청주시는 경찰 수사에 맞춰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잘못된 공무원이 있다면 처벌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