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임금 대책을 세워라
지난해 7월 서울 도봉산역 신축 공사장 철골 구조물에 올라 황모(41)씨가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황씨는 역사 신축 공사장 높이 약 20m 철골 구조물에 속옷 차림으로 올라 '밀린 임금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며 약 3시간30분 가량 시위를 벌였다. 도봉산역 신축 공사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2013년 10월 착공됐으며 황씨는 해당 공사장에서 승강장 철거 책임자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에는 경남 창원의 이모(47)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 '체불 임금을 달라'며 화염병을 투척하겠다고 협박했다. 창원 중부경찰서는 이씨가 술을 마시고 협박한 것으로 보고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체포했다. 이씨는 A에너지 업체의 자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통영 지역 배관공사를 끝냈으나 인건비 700만 원을 받지 못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건설사 현장소장과 임금 지급 문제로 다투다 분신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체불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근로자 부인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임금 체불은 근로자에게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준다.
지난해 임금 체불로 고통받은 근로자가 29만5677명으로 전년보다 3119명(1.1%)이 늘었다. 실제는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27만8000여명이었던 임금 체불 근로자 수는 2012년 28만4000여명, 2013년 26만6000여명 등이었으나 지난해 30만명에 육박한 것이다. 임금 체불액도 2011년 1조87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2993억원으로 4년새 19.5%나 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임금 체불 근로자 수와 체불액이 각각 7만8530명과 474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도 6만5573명에 2487억원로 2위를 기록했으며 도소매·음식숙박업이 6만140명에 1740억원에 달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제조업과 도소매, 음식 숙박업의 체불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원유 폭락으로 자동차, 조선, 철강 등도 수년째 침체를 겪고 있어 제조업 체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설을 앞두고 체불 임금 정리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으나 워낙 많은 기업에서 체불하고 있어 얼마나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소송이 진행될 경우 지원을 대폭 강화해 근로자가 체불 임금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소액 체불 임금 피해자를 위해 임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기업주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액체당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최대 300만원까지 밀린 임금을 주고 구상권을 청구 업주로부터 돈을 되돌려 받는 제도다. 이를 위해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아르바이트 등으로 소액이 체납됐을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때 법률구조공단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고의성 여부를 따지기도 쉽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 체불 임금을 해소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다. 업주도 어려움에 처한 근로자를 위해 체불 임금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