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내정자가 낙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버티던 사람도 결국은 잘못을 시인하고 후보와 직위에서 물러난 것이 벌써 6명째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기초적인 조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후보들도 스스로 판단하여 부적격이라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고사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극구 부인하다 결국은 사퇴를 하는 것이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25일 사퇴했다. 한 내정자는 국외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를 해왔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출범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차관 등이 낙마 총 6명이 중도사퇴했다.
한 내정자의 재산규모는 109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세금탈루 의혹에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문제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서울 송파세무서와 용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변호사로 일한 것도 부절절했다는 평이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국세청에 한 후보자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여부, 계좌규모, 계좌 개설 시점 및 개설국가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며 이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도에 낙마한 김학의 법무차관은 호화별장에서 건설업자에게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대한 비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철학의 공유와 전문성을 이번 인선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제시한다. 그러나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가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김학의 전 차관은 도덕성에,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 병역 문제와 투기 의혹, 김병관 전 국방장관 내정자는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이들의 과거 행적은 국민들이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박 대통령은 한번 신뢰한 사람을 끝까지 믿고 중책을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흔히 평한다. 한 내정자의 경우도 박 대통령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창립 멤버로 연구원내 경제민주화팀에서 활동하면서 박 대통령과 경제 정책 등에서 교감을 이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선이 발표되자 마자 부적격자로 낙인 찍혔다.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장관급 인사만 5명에 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에도 두 명이 포진됐다. 믿을만한 새로운 인사가 없었다는 반증이나 인물을 광범위하게 찾지 않는다는 반증도 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문제다. 김 법무차관의 경우 수개월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에서도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차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한 내정자는 언론이 이미 해외 비자금 계좌 의혹을 보도할 정도이면 민정 라인에서 충분히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상태였다.
새누리당 대변인 조차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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