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란과는 핵개발 단계가 다르다"고 밝혔다. 미 고위 관리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6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지 않으며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로즈 부보좌관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하는 전용기 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북한과 비교했는데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을 3차례나 하고 영변에 핵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추정한다는 의미이지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란과 북한과는 핵개발 단계가 다른만큼 '비핵화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 고위 관리가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는 것이다.
북한은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이런 언급이 계속하여 미 고위 관리에 입에서 나오면 북한은 핵을 인정받고 있다고 착각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핵을 더욱 포기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지도 모른다. 미국 관리들이 말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 한마디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 정부는 지금도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보이기 전에는 6자회담 등 어떤 협상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 더 이상의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란마저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미국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중동을 시발점으로 세계 핵무기 개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깔려 있는 것이다. 미 정부의 입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 등 대응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추측이 된다. 두 나라에 대해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로즈 부보좌관이 이처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핵 보유국의 의미는 두 가지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하에서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핵 보유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해당된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처럼 NPT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인정받은 나라도 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후자가 될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이 핵 무기를 갖는다면 우리 안보에 엄청난 충격이며 그래서 핵을 하루라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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