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생명력이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자라 소중한 열매를 맺기 때문일 것이다. 박영대(76) 석좌교수의 보리도 생명력이 원천이다. 그를 흔히 보리작가라고 칭한다. 평생을 보리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보리는 청맥에서 시작 황맥, 추상화로 이어지며 보리의 생명력을 잘보여 주고 있다. 그가 보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 청주시 강내가 고향은 그는 논밭에서 보리를 보고 자랐다. 그 생명력에 감탄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리가 작품의 소재가 됐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참으로 우연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박종규 선생님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대성중학교에 입학하여 미술교사인 김종현 선생님으로부터 사사 받았으며 청주상고에 입학하여 미술반에서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서 미술반 학생들에게 그림 물감, 스케치북 등 모든 재료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합숙 훈련까지 시키며 철저한 교육을 했다.
중등 교사의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여 국가 자격 검정고시를 통해 미술교사가 된 그는 대성여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 교육과 함께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이때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채색에 눈뜨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보리 그림도 이때부터 완성됐다고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보리 그림으로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여 국전, 한국미술대상전, 중앙미술대전 등에 입상했으며 백양회 공모전 최고상, 도쿄 텐 그랑프리, 사롱드브랑 대상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도 영국 대영박물관, 뉴욕 캐롤갤러리, 일본 포인트아트갤러리 등 외국 뿐 아니라 충북도청, 경기도미술관, 남포미술관, 공군사관학교, 대청호미술관, 충북대병원 등 수도 없이 많다. 특히 그는 지난해 백석대학교에 작품 150점을 기증하여 500평 규모의 박영대 보리생명미술관을 개관했다.
백석대는 학원 설립 40주년을 맞아 박 교수의 작품을 기증받아 '보리생명미술관'을 개관하고 박 교수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함께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그의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창조관 13층에 개관한 보리생명미술관은 박 교수가 평생을 걸고 그린 작품 150점이 교대로 전시되고 있다.
보리생명미술관은 영적 생명력을 강조한 백석대의 교육 이념과도 일치한다. 제1전시관은 박 교수에게 보리작가라는 별칭을 붙여준 1973년부터 1990년 후반까지의 작품인 청맥과 황맥, 맥파 등이 전시되고 제2전시실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보리에 대한 재해석 작품이, 기획전시관에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추상화 작품들이 선보여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백석대는 생명미술관에서 다양한 기획으로 특별전도 계획하고 있다.
백석대를 찾는 외지인들은 물론 국내외 인사들도 생명미술관을 다녀가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으며 백석대의 이미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015년에 충북대에 기증한 300호 맥파도 병원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하루 수천명이 드나드는 병원 로비 중심에 자라잡고 있어 이 작품을 보는 환자와 가족들은 그림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감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청주문화원이 주는 청주문화지킴이상과 운초문화재단이 주는 운초문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운초문화상 시상식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모인 가운데 수상 소감을 전하며 "충북의 문화 예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도립미술관이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전국의 광역 시도 중에 도립미술관이 없는 곳은 충북 뿐"이라고 주창하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의 충북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충북에서 자라 충북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도 충북의 예술 기반이 빈약하여 안타깝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영원한 보리작가로 또 앞으로 힘이 닿는한 새로운 생명력의 보리 작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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