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치르고 집에 들어와 점수를 맞춰본 아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까지 한 아들이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8개월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채 수능 공부에 매달렸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실수를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너무 긴장하고, 잘봐야 한다는 심적 부담 때문에 실수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언어영역은 학원에서도 1,2등급을 왔다 갔다 했지만 수리-가 영역은 한번도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 수학이니까, 항상 만점이었으며 가끔 한두 문제를 틀릴 뿐이었단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수학경시 대회에서 늘 상을 휩쓸던 아이였기 때문에 나도 세월이 좀 지났어도 수리영역 만큼은 1등급을 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데 3~4 문제 틀린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는 문제를 틀린게 아니고 계산에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한다. 너무 긴장한 탓이었나 보다. 지금까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면서 그렇게 많이 틀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외국어, 과학탐구 영역은 잘 본 것 같으나 언어와 수리에는 1등급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면 아들이 원하는 한의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학 졸업자여서 내신도 수능으로 상대 평가한다. 그런데 수능이 그러니 ... 정말 나도 속상하고 눈물이 나왔다. 아들의 그렁그렁한 눈을 보니 내 가슴이 더 미어졌다.
내가 "좀 기다려 보자 결과가 나온게 아니잖아" 라고 말해도 아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한의대가 아니어도 다른 학과를 생각해보자고 해도 아이의 감정은 누구러 들지 않았다. 자신이 정했던 목표에서 빗나간 지금, 아이는 자신을 용서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어깨를 안아 주고 나는 그냥 아들방을 나와야만 했다.
오늘 아침 일어나 아들 방을 열어봤지만 잠을 자는지 이불을 뒤집어 쓴채 꿈쩍도 않는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할까 하다가 그냥 문을 닫았다. 이제 결과를 좀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새로운 도전은 여기서 접든지 다시 취직을 하든지 해야 할것이다. 선택은 아들이 하겠으나 나의 마음도 너무 착찹하다.
은행나무 가로수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노란 은행잎이 가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그러나 내 마음은 보도에 떨어져 행인의 발길에 차이는 잎파리 처럼 처량하다. 아들은 나보다 더 하겠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게 무슨 대통령 선거야... (0) | 2007.12.01 |
---|---|
한나라당이 불쌍하다. (0) | 2007.11.24 |
KAIST 졸업한 아들, 오늘 수능을 다시 본다. (0) | 2007.11.15 |
세종시 계획대로 건설될 수 있을까? (0) | 2007.10.24 |
올 추석은 수해 주민 등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 (0) | 2007.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