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억류 중이었던 미국적 여기자 2명을 석방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자신들이 요구한대로 미국의 거물급인 전 미 대통령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했으며 인도주의 정신에 의해 이들을 풀어줬다는 명분을 세계에 과시했다. 더구나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직접 대화 창구가 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북한 국경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체포한 여기자들을 100일이 넘도록 억류하고도 결국 얻을 것은 다 얻고 풀어준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볼때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의 유모씨와 800연안호 선원 4명도 남한과의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은 얻은 뒤에야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남측과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을 얻어야 돌려 보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석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미 여기자 2명이 석방된 후 많은 국민들은 그럼 유씨와 800연안호 선원들은 언제 석방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계기로 여기자들이 석방됨에 따라 유씨 등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부로서도 미국인 여기자 석방이 우리 국민 억류 문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129일째 억류 중인 유씨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가 어디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죄목으로 감금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북한은 탈북 책동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떤 탈북 책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남한을 소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연안호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사 중인데 특별한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의 여기자 처럼 국경을 넘었다는 것 같은 구체적인 혐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본다면 유씨나 연안호 선원은 진작에 석방했어야 맞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이에대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 여기자 석방 문제와 우리측 국민 억류 문제를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대북 특사 파견 및 남북 대화 채널 확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다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아주 대화에서 조차 도외시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키고 북미간 새 대화 채널도 확보했다"며 "우리 정부는 아직 남북간 대화 채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폭넓게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씨와 연안호 선원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은 있다. 우리 정부가 사전에 미국측에 이러한 요청을 했다는 설도 있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 이들 문제가 거론됐다면 의외의 진전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사항 일 뿐이다.
그동안 몇 차례 이어진 개성 실무회담은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얼마나 성의를 다했느냐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을 해야 한다. 대화를 위해 무조건 저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당한 대화채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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