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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귀를 잘라와야 포상금을 준다고...

by 조무주 2013. 7. 8.

  1960년대 쥐잡기 운동이 한창이었다. 워낙 쥐가 많아 각 농가마다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의 쥐가 농작물을 훼손했다. 사람이 먹을 음식도 없는데 쥐까지 각종 곡식을 축내니 쥐를 잡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상대로 쥐잡기 운동을 벌였고 성과물로 쥐꼬리를 제출하라고 했다. 방학이 끝나면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제출해야 했으며 어린 학생들은 징그럽고 무서워서 부모가 잡아준 쥐꼬리를 들고 벌벌 떨기도 했다.
 최근 충북도내 일부 지자체가 유해 야생동물 퇴치 사업을 벌이면서 포상금 지급 조건으로 동물의 귀나 꼬리를 잘라 오라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유해 동물을 잡았는지 아닌지를 판명하기 가장 좋은 것이 이같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포상금 지급 조건으로 동물의 귀나 꼬리를 잘라 제출하라는 것은 엽기적이고 후진국형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충북 보은군은 지난달부터 고라니를 잡는 엽사에게 1마리당 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군은 고라니 포획 증거로 고라니의 양쪽 귀를 잘라와야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옥천군도 지난달 7일부터 1마리당 고라니는 4만원, 멧돼지는 8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상금을 받으려면 고라니는 양쪽 귀를, 멧돼지는 꼬리를 잘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옥천군은 한 달 새 고라니 366마리와 멧돼지 3마리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죽은 동물의 귀나 꼬리를 자르는 것이어서 동물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사체의 일부인 귀, 꼬리를 자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개인들의 행동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고리나나 멧돼지를 잡았을 경우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제출하면 될 것을 굳이 사체 일부를 잘라 제출하도록 한 것은 너무하다는 판단이다.
 보은군과 옥천군은 사진을 제출하라고 할 경우 자칫 조작의 가능성이 많아 귀나 꼬리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1마리에 4만원에서 최고 8만원까지 지급하다 보니 사진을 조작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진 조작을 쉽게 찾아 낼 수 있다고 하니 귀나 꼬리를 제출토록 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이 있다. 한두명이 사진 조작으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하여 엽기적인 방식의 사체 자르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괴산군은 지난해 11월 '야생동물의 의한 피해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까지 개정했다. 이로써 전문 엽사가 아닌 농민들도 유해 조수를 포획하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덫, 올무 등을 이용해 유해동물을 잡을 경우 고라니는 2만원, 멧돼지는 5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것이다. 괴산군도 포상금 지급 조건으로 동물의 귀나 꼬리를 요구하는 모양이다. 올 상반기 고라니 952마리와 멧돼지 3마리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하니 고라니의 경우 귀 1904개가 잘린 셈이다. 이러한 포상 방식에 대해 엽사들도 혐오스럽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죽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귀나 꼬리를 자르는 것은 두번 살생하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충북도내 지자체의 이같은 사업 방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