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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운보의 집 활성화를 기대한다

by 조무주 2013. 11. 18.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은 7세 때 장티프스로, 언어 불능에 청각 장애까지 있었다. 그러나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연 4회 특선에 선전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받기도 했다. 인물화와 자연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해방 이후에는 활달한 필법으로 꽃과 새 등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1946년 33세의 늦은 나이에 서양화가인 우향 박래현과 결혼했으며 이후 부부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생전에 두 여인을 잊지 못한다고 했는데 한 여인은 어머니였으며 또 한여인은 부인 우향이었다.
 1971년 3·1문화상을 비롯 국민훈장 모란장(1981), 예술원상(1983), 서울시 문화상(1986) 등을 받았고 사후에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받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어머니의 고향인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내려와 '운보의 집'을 짓고 마지막 창작 혼을 불태웠다. 운보의 집은 충북의 명소가 되었으며 주말에는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기도 했다.

 

 


 운보가 사망한후 운보의집은 '운보문화재단', '운보와 사람들'에 의해 관리됐으나 일부 토지가 경매 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겼으면서 지금은 관광객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폐허 단계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충북의 예술인들은 운보의 집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혔다. 지금까지 운보의 집 관리 책임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있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충북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운보의 집이 쓸모 없는 곳으로 변해간 것이다. 이에따라 충북도는 운보의 집 운영 책임이 있는 운보문화재단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충북도에 이관해 달라는 건의를 문체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문체부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답변이 올 것으로 기대를 모우고 있다. 신찬인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운보의 예술혼을 계승하고 운보의 집이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전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같이 건의했다"고 말했다. 운보의 집을 관리하던 운보문화재단은 그동안 이사장의 직무정지에 이어 새로운 이사진이 임명됐으나 아직도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운보의 집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그동안 문체부에 재단 해산과 지도·감독권 위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문체부는 법인의 법적 지위, 자율성 보장 차원이라는 이유로 강제해산과 재단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충북도에 위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충북도가 감독권 위임 요청을 하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충북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지도·감독권 위임과 함께 예산 지원도 요구하기로 했다. 운보의 집을 활성화 하려면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충북도에서 그만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도는 문체부에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보의 집은 30년 이상된 노후 건물이어서 지금의 상태로 재개관 한다고해도 예전처럼 활성화 되기는 어렵다. 문체부가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줄지는 아직 의문이다. 충북도는 지도·감독권의 이양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운보의 집을 활성화 할지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