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2일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무사히 귀국했다. 숨죽이며 무사 석방을 기원했던 가족이나 국민들이 이제 한숨을 놓게 됐다. 이들은 지난달 풀려난 두명의 여성과 함께 샘안양병원에 입원해 건강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병원 측은 정밀 검진과 스트레스장애 등 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데는 최소 1~2주 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2주일 후에는 이들이 외부로 나와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납치됐던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납치 당시의 사태와 정부가 벌여온 석방 교섭에 대해 소상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걱정과 관심을 기울여 왔는가. 탈레반의 한 고위인사는 납치했던 한국인을 풀어주를 대가로 20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그는 그 돈으로 무기와 자살폭탄 테러용 차량 구입에 쓸 계획이라고 주장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으로 약 2000만 파운드(약 378억원)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국민이 무사히 돌아 온것은 다행이나 협상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텔레반은 석방 당시 한국군의 연내 철수와 기독교 선교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한국군의 철군은 이미 대통령이 약속을 한 사항이고 기독교인들의 선교 중지도 우리 정부가 들어주기 쉬운 조건이다.
많은 국민들은 2명의 피납자까지 살해하며 동료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해 온 텔레반이 이 두가지 조건만을 내세워 피납자를 석방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외신에서도 상당한 몸값을 줬을 것이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한결같이 몸값 지불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때문에 이제는 정말 몸값을 지불했는지, 또 지불했다면 얼마를 지불했는지 정부가 밝혀야 한다.
진실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외교통상부가 아닌 국정원이 나서 협상을 벌인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가 소명을 해야 한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교부가 할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도 국가 기관 간에 미묘한 갈등 요인으로 비춰졌다. 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외교통상부가 아닌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국민은 그 이유도 알고 싶다.
정부가 무장 단체인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벌였다는 것도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선례가 되고 있다. 이때문에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지만 이제는 피납자들이 모두 풀려났으니 협상 과정과 이면 협상 내용도 소상히 국민에게 알려서 이해를 구해야 할것이다. 몸값을 줬다면 그게 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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