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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동네 서순원 박물관장 사망

by 조무주 2008. 3. 11.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는 사회복지법인인 꽃동네가 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회복지 시설이지요. 이곳에는 갈곳 없는 부랑인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불우한 사람들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꽃동네는 오웅진 신부님이 설립했습니다. 그는 어느날 다리밑에서 한 거지가 동료 거지에게 동냥한 밥을 먹여 주는 것을 보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라며 꽃동네를 처음 설립했다고 합니다. 그 거지는 최규동이라는 분이었으며 꽃동네에서 편히 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이 꽃동네에 지난해 4월 박물관이 하나 세워졌습니다. 꽃동네의 유일한 박물관 시설이지요. 이 박물관은 독일 교포인 서순원(74·여)씨가 유럽과 한국 등에서 평생 수집한 각종 주방기구 3000여점을 전시한 것으로 아주 특징있는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씨는 이 박물관을 짓기 위해 꽃동네에 모든 수집품을 기증하고 사재 3억원을 지난 2001년 꽃동네에 기탁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7년만에 개관한 셈이지요.

   지난해 4월 꽃동네 서순원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사진: 꽃동네 홈페이지에서)

 

  소아마비 장애인인 서 관장은 프랑스 원조단체의 도움으로 처음 유럽으로 건너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며 독일 뮌헨한인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서 관장은 유럽에서도 나환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꽃동네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건축설계사와 결혼하여 자녀 3명을 훌륭히 키웠으며 두딸은 독일에서 변호사와 물리치료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아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꽃동네에 박물관을 지어 자신이 어렵게 모운 주방기구를 영원히 후손에게 물려주고 또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박물관 개관후 난방비가 많이 들고 전력 소비가 많다며 박물관 문을 열지 않기도 해 서씨를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던중 지난해 12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독일로 건너가 수술을 했으나 지난 9일 밤 병원에서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박물관 개관식에서 전시품을 돌아보는 서순원씨(사진위)와 개관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사진: 꽃동네 홈페이지에서)

 

  서씨는 죽기전에 꽃동네의 박물관을 많이 걱정했으며 장애인들을 위해 서순원박물관이 잘 쓰여지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박물관은 서씨가 독일로 건너가면서 사실상 폐쇄되어 찾는 사람이 없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서순원박물관이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돼 서씨가 평생의 공을 들여 모은 주방기구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학예사를 선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 지원을 하여 운영에 어려움을 없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전국 각처에서 매주 꽃동네를 찾아 오는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연수생들에게 개방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입니다. 서씨의 숭고한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박물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