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와 안락사는 차이가 있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권리를 달라는게 존엄사이다. 그러나 안락사는 암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해 본인이나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안락사와 존엄사를 엄격한 의미에서 용인하지는 않는다. 아마 유교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김모(75·여)씨의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김씨의 자녀들은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냈었다.
이에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측은 "환자의 치료 회복 가능성이 없고 환자가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원치 않을 경우 존엄사를 인정할 수 있다"며 법원의 판결에 동조했다. 그러나 개신교 단체인 한국 기독교교단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는 "타인의 생명 종결권을 제 3자가 가질 수 없다"며 "의학기술이 발달되면서 환자를 고칠 수 있는 희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존엄사를 공식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존엄사에 대해서는 종교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법원의 이번 판결에 고심과 번민을 이해하며 민주당은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의 인정 여부와 인정기준 및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화의 필요성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존엄사든 안락사든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톨릭 로마 교황청은 지난 1980년에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혀 존엄사를 인정한바 있다. 이번 판결로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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