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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북적십자사와 충북도의 갈등

by 조무주 2012. 9. 4.

  충북적십자사 회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벌여 온 충북도와 적십자사 간 관계가 악화일로다. 4일 오후에 열릴 예정인 성영용 회장의 취임식에 충북도 인사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갈등에는 대한적십자사의 모호한 태도가 원인이 됐다. 적십자사 회장은 통상 도지사가 추천한 사람이 운영위에서 인준하므로 선출하는 관례가 있었다. 그러나 운영위는 이 관례를 무시하고 이시종 충북지사가 추천한 전 청주대 남기창 교수와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 의장과 경선을 실시했다.
 결국 이 지사가 추천한 남 전 교수가 낙선하고 성 전 의장이 선출됐다. 충북도는 절차상 문제를 들어 대한적십자사에 박경국 부지사 보내 회장 선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도 선거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당초에는 성 회장의 인준을 거부할 것 처럼 행동했다. 이는 박 부지사가 회장 인준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박 부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3일 한적을 방문해 도의 입장을 전달했고, 16일에는 한적 조사관이 적십자 봉사원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도 벌였다"고 말하고 "20일에는 한적 사무총장이 충북지사를 방문했으며 이 자리에서 사무총장은 인준을 보류하고 도와 사안마다 상세하게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어 23일에는 총재가 이시종 지사와 직접 전화 통화를 갖고 "성 후보자의 인준이 어렵다. 스스로 용퇴할 것을 통보하고 후임자는 지역의 모인사가 좋을 것 같다. 1주일 정도 기간으로 협의를 진행하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흘뒤에도 한적 사무총장과 이 지사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해도 한적은 성 회장을 인준하지 않고 다른 인물을 회장으로 선임하도록 협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적은 28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성 회장을 인준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놓고 충북도는 정치권의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적십자사와 충북도 관계가 더욱 악화됐으며 결국 4일 오후에 열리는 신임 회장 취임식에 도지사는 물론 도 관계자 누구도 참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사는 4일 오후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리는 국제경기대회 지원특별위원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만약 이 지사가 추천한 사람이 회장에 취임한다면 특별위원회 참석을 미룰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행정부지사는 4일 오후 2시 도청 집무실에서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 보고회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업무계획 보고회도 충분히 미룰 수 있는 사안이지만 취임식 참석을 보이콧 하기 위해 일정을 미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사 상임위원인 김경용 행정국장도 내부 회의를 이유로 취임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충북도에서 성 회장 취임식에 참석할 인사가 없는 것이다.
 성 회장이 업무에 돌입한지 하루 만에 사무처장도 교체됐다. 이는 한적이 성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도민들은 "도지사가 추천한 인사가 회장이 되지 않았다고 충북도에서 모두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어떻튼 이번 사태로 충북도와 적십자사 간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지 충북적십자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 지사도 한발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