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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일파 후손 땅찾기 나섰다니...

by 조무주 2013. 7. 16.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 반환 소송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청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친일파인 민영은 후손들이 토지 반환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들이 제기한 토지는 모두 12필지에 1894㎡로 공시지가는 3억7000여만원이지만 실제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부지는  북문로 1가 183번지, 북문로 2가 33번지, 북문로 3가 54번지, 영동 42번지, 남주동 282번지, 문화동 40, 서문동 34번지 등이다. 현재 대부분이 도로로 쓰이고 있다.
 친일파 후손 중에 최초로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이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총 17건의 연쇄 소송을 벌였다. '일진회'를 만든 대표적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은 인천 부평구 소재의 2500억원대 토지를 돌려받기 위해 2003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파 168명의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그러나 환수가 너무 늦어 친일파 후손들이 토지를 많이 팔았으며 그래서 제대로 환수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친일파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환수 토지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민영은 후손들이 청주시민들이 사용중인 도로를 내어놓으라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소송에 맞서 청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토지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원회'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광복회 충북지부를 비롯해 충북참여자시민연대, 충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도내 주요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시민대책위는 현재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민영은 후손이 제기한 토지반환 소송은 반민족 행위이자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후손들은 즉각 소송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성안길 등 청주시내 주요 번화가에서 서명운동을 벌여왔으며 1만9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도 자발적으로 교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나섰고 청주시 고교학생회장연합회의 주도로 금천·운호고등학교 등 지역 내 고등학생들도 참여했다.
 청주지법 민사4단독 재판부는 1심 재판에서 민영은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대로라면 청주시는 토지 무단 점용에 따른 부당 이익금 2억3100만원과 토지 인도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매달 178만원을 민영은 후손에게 지급해야 한다. 청주시는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은 청주지법 민사항소 1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청주시는 민영은이 친일 행각으로 땅을 모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남시 국가기록원까지 가서 그의 친일 행적과 관련 토지 매입 등을 찾았다고 한다.
 민영은은 충북 청원군 출신으로 1905년 충주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일찍부터 친일 활동을 했다. 1915년 11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일왕 즉위식에 참석, 대례기념장을 받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친일파 후손들이 승소한다면 재판부는 청주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사법부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엄단한다는 차원에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