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 이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오는 9월말까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고 올해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 갑자기 발표한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은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경남 창녕군 도천면의 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협상도 하지 않고 국민과 협의도 없이 쌀 관세화를 선언했다"며 "농민에게는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높은 관세로 수입 쌀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관세 감축과 철폐의 압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 농민단체도 순천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척하다 느닷없이 쌀 개방을 선언했다"고 말하고 "비밀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정부의 행태는 스스로 쌀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남연맹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벼가 자라는 논 1300여㎡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앞으로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쌀 유입을 막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올해말까지 20년간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추가로 관세 유예조치를 받을 경우 최소 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의무 수입 물량이 올해 40만9000t에서 최소 82만t으로 두 배 늘어나게 돼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율 관세도 언제인가는 외압 때문에 줄여나가야 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이것을 우려하는 것이 농민들이다. 현재 국내산 쌀은 중국산보다 2.1배, 미국산보다 2.8배 비싸다. 관세율이 300% 만 돼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관세율을 400%로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관철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쌀 산업 발전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쌀 수입보험제도 도입, 쌀 재해보험 보장수준 현실화, 전업농 육성을 통한 경쟁, 부정유통 제재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된다. 정부의 쌀 시장 개방에 대해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정과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400% 이상 고율 관세 적용, 의무수입물량(MMA) 용도제한 철폐, FTA와 TTP 협상의 양허 대상 품목에서 쌀 제외 등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민단체들은 한결같이 농민들과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쌀 개방을 추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없이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시장 개방은 쌀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개방에 앞서 적극적으로 농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농민 설득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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