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급식 예산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이제는 누리과정에서 또 대립할 태세다. 이래저래 학부모와 아이들만 봉이 되고 있다. 충북도는 어린이집 1월분 보육료 68억 원을 20일까지 교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도교육청에 보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도교육청이 이 돈을 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무상 보육은 정부 책임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다.
충북에는 누리과정의 어린이 2만3600명이 유아원과 유치원에 다니고 있으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육료는 1인당 월 22만 원이다. 또 담임교사 수당과 운영비 7만원 등 1인당 29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무상 보육은 매월 15일 학부모가 보육료를 결제하고 다음달 20일 도가 시·군에 배분하면 시·군은 25일까지 어린이집에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도교육청이 68억 원을 도에 교부하지 않으면 시·군에 배분할 돈이 없어 카드 돌려막기 등 비상 수단을 써야 한다. 이도 한달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보육 대란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정부와 교육청의 뚜렷한 시각차 때문이다. 정부는 누리과정에 쓰라고 교부금을 내려보냈는데 이를 엉뚱한데 쓰고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교육청은 '교부금으로는 당장 필요한 곳에 쓰기도 빠듯한데 이를 누리과정 예산에 쓰라고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시·도에 내려보낸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은 국세의 20.27%를 떼어서 마련한다. 올해 교부금으로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교부금이 41조 원 정도이며 이중 4조 원은 누리과정 예산이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교육청 측은 '원래 어린이집은 교육청이 아닌 복지부 소관이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시행령을 바꾸어 교육청에 떠넘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초·중·고의 학교 시설 보수나 신설 학교 건립, 교사 임금 인상 등의 예산을 짜는데도 교부금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교부금에서 누리과정의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원래 초·중등 예산으로 만들어진게 교부금인데 여기에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 편성하라고 하니 결국 교육청의 예산이 줄어드는 꼴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누리과정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자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서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교육청이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으로 행동해선 안되며 지금이라도 빨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보육료를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약이 있었으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보육사업 같은 전국 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의 책임을 완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3일 취임식을 갖고 보육대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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