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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은의 신년사 외우기

by 조무주 2016. 1. 7.

  1961년 5월 16일 군사혁명을 일으킨 박정희 장군 등 군사혁명위원회는 혁명공약을 발표했다. 혁명공약은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등 6항으로 되어 있다. 특히 4항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에서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라는 말은 당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 혁명공약을 초등학교 학생부터 공무원들까지 외우도록 강요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발표한다. "우리는 민족중흥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여났다."를 시작으로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때다." 등이었다. 이도 박 정권은 모든 학생들이 통째로 외우도록 했다. 이처럼 60년대에 있을 법한 연설문 외우기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 북한에서 신년사를 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는 '올해 전투 승리의 무기로 틀어쥐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애하는 원수님의 신년사 학습 열풍으로 모든 당이 드끓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환경보호성 당위원회는 1만자 가량의 신년사에 대한 원문 학습을 중시하여 통째로 암기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신년사를 통째로 외우는 것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당 조직에서는 신년사를 원문 그대로 통달한 정무원들의 모범을 일반화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였다."면서 "일꾼들과 정무원들 속에서 신년사 원문 통달 열풍이 몰아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전력공업성 당 조직은 신년사의 체계와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한 게시물들을 사무실에 걸었다고도 전했다. '온 나라가 학습 열풍으로 끓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광산 등지에서 신년사 학습 열기가 한창이라며 "갱에서도 신년사 학습이 일제히 진행되였다."고 밝혔다. 갱 안에서 중노동을 하면서도 김정은의 신년사를 외워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1만자에 달하는 신년사를 통째로 외운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여간 고통이 아니다. 결국 충성 경쟁이 이같은 소모적인 대결을 하는 꼴이다. 이에대해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주민들의 이 같은 신년사 학습이 당국의 강요에 의한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고 보도했다.
 탄광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신년사까지 외워야 하니 여간 고통스럽지 않을것이다. 북한이 언제 이같은 충성 경쟁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과업 관철을 촉구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도 열렸다.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는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신년사를 받아 안은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뜻깊은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총진군에 힘차게 떨쳐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모적 행태가 굶주린 북한 주민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