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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노근리 유해발굴 실패의 원인은.

by 조무주 2007. 10. 12.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사건의 유해 발굴이 실패로 돌아갔다. 유족들은 유해 발굴로 피난민이 억울하게 학살됐다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서 미군 공격에 많은 주민들이 억울하게 학살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유해를 발굴하지 못했다고 하여 집단 학살이 부정되거나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충북대박물관 박선주(고고미술사학과) 교수팀은 지난 70여일간 현장을 샅샅이 뒤졌으나 어린아이로 추정되는 허벅지, 정강이 뼈 등 유골 2점과 탄피 3개, 포탄 부품 1개, 가위 등을 발굴하는데 그쳤다. 70여일간 작업에 매진했는데 이런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매우 불만족 스럽다. 이처럼 성과가 없는 것은 유족들이 여러 차례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손상됐거나 농지를 경작하면서 노출된 유해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발굴팀의 주장이다. 또 이 지역 토양 산성도가 pH 4.7~4.94로 유해가 오랜기간 보존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설명한다. 발굴팀은 집단매장 추정지를 5곳으로 압축해 1차 발굴에서 성과가 없자 조사 권역을 크게 늘려 발굴에 나섰다. 또 금속 탐지기 등 첨단장비까지 동원했다.
 

   유해 발굴의 실패는 목격자의 진술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 현장 인근에 살던 2명의 목격자는 학살뒤 시신을 인근 야산으로 옮겨 가매장했다고 했으나 그중 한명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설사 그들이 증언한 곳이 맞다하더라도 상당 부분이 밭으로 일궈져 경작되므로 시신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도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경우는 선로 복구시 시신을 철로 밑에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선로를 발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근리사건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에는 사망 150명, 실종 13명, 후유장애 55명 등 희생자 218명의 피해를 접수 받은바 있다. 유가족들은 유해발굴 결과에 따라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제 이도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