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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엄사를 다시 생각한다

by 조무주 2009. 6. 25.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존엄사라 한다. 즉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말하며 자신의 판단에 의거 의사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치료를 받는다해도 완쾌될 희망이 전혀 없는 줄 알면서 추한 모습으로 죽느니 보다 인간답게 죽겠다는 것이다. 식물 인간이나 말기 암환자 등에게 법원의 엄격한 법 집행과 병원의 판단 그리고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합치가 되어야 존엄사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 치료 중단 방식의 존엄사가 공식 시행된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후에도 정상적인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호흡기를 뗀 김 할머니는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10-70㎜HG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기 이전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소포화도는 92%로 정상치(95% 이상)에는 다소 못 미치고 있지만 일반적인 중환자들과 비슷했으며, 분당 호흡수도 정상인과 다름없는 18~21회로 규칙적이라 한다. 심박수는 분당 95 정도로 정상치(60∼100회)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의식불명의 환자에게서 흔한 폐렴이나 욕창 등의 합병증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호흡기를 떼면 빠르면 10분에서 3시간 안에 임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던 예상과 크게 어긋난 것이다.
 

이때문에 과잉진료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할머니의 존엄사와 관련 환자측의 변호사는 24일 한 방송에 출연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을 때보다 더 상태가 좋아졌다. 과잉진료 한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그동안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꼭 끼워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인공호흡기를 떼니까 자발 호흡을 바로 했다"며 "호흡기를 떼자마자 호흡수가 20까지 바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변호사 측은 존엄사 논란이 무색해 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오해다. 우리는 존엄사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라며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치료 받겠다는 것 뿐 기관의 가래 제거, 영양분, 수분 공급을 받기를 원했지 치료를 포기하는 등 자살에 가까운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입과 발을 움직이고 혈압과 백혈구 수치, 염증 반응 수치도 정상이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호흡기 감염이나 욕창 같은 합병증만 없다면 3개월 이상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할머니가 애초부터 존엄사 대상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사망 임박 단계로 호흡기 제거와 함께 숨을 거둘 것이라 판단했던 대법원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연세의료원 측은 대법원이 사망 임박 단계로 인정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김 할머니는 지나치게 앞서간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엄사를 논하는 데 적절한 환자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존엄사에 대한 잣대를 어떻게 설정하는냐는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주장했던 존엄사는 말기암 환자와 같이 특정 질병으로 인해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었다. 그런 잣대로 보면 김 할머니는 처음부터 존엄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