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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협이 엉터리 고추장을 팔았다고...

by 조무주 2009. 7. 9.

농협이 고추장을 제조해 판매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활용하여 고추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놀라움을 넘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할 농협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아무리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활용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항공사의 기내식으로 납품된 고추장이 재활용한 제품이었다니 이 비행기를 탄 승객들은 불량 식품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충북 제천시 남제천농협은 유통기간이 지나 반품된 제품으로 다시 고추장을 만들어 비행기 기내식은 물론 전국유명 거래처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제천농협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농협이 그동안 변질되거나 유통기간이 지나 전국 판매장에서 반품된 고추장을 일반고추장과 섞어서 만든 제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7만 3000kg, 19억 8000만 원 어치에 달한다. 이같은 사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현지 조사 결과 확인됐으며 제조책임자인 공장장 J씨(52)는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쇠고기를 원료로 만드는 볶음고추장은 제조과정에서 철저한 소독과 살균이 필요했지만 이 과정마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는 이같은 사고 방식은 부도덕한 일반 상인들에게서나 보는 상술이었는데 이를 농협이 저지른 것이다. 농협 제품이여서 믿고 사서 먹은 수 많은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남제천농협은 매년 적자를 보여오다 지난해 부터 조금씩 흑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번 일로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청풍명월고추장 공장이 생산을 중단해 농협뿐만 아니라 농협에 납품하기 위해 고추를 재배해 온 농민들에까지도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가공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남제천농협은 적자를 면하기 위해 지난 1997년도 한수·덕산·청풍 등 3개 농협이 통합해 출범했다. 통합 후에도 지난 2007년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다 튜브형 고추장 개발과 이것이 국내 항공사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매출액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기내식으로 채택됐다는 것은 튜브형 고추장의 신뢰도를 쌓은 것으로 이를 기점으로 전국에서 판매가 급신장 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고추장 파동이 발생,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 남제천농협은 현재 조합원 2600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조합원들로 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를 하고 있는 생고추와 건고추는 140~160톤에 달하며 된장생산을 위한 콩과 잡곡도 연간 150~200톤을 수매해왔다. 그러나 이번 재활용 고추장 사건으로 고추와 콩 등을 정상적으로 수매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역 농민들은 수매를 통해 농산물을 책임지던 농협이 이번 일로 사업을 축소하게 돼 올해 수매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하다고 말하고 있다. 농협은 농민을 위한 공기업이다. 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장 한명의 잘못된 판단이 수많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농협 전체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앞으로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농협중앙회가 철저한 지도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