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폭력서클인 일진회 수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진회는 원래 친일단체의 이름이다. 일진회는 1904년 8월 송병준과 독립협회 출신 윤시병, 유학주, 동학교 이용구 등이 조직한 단체다. 이들은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될 때까지 일제의 군부나 통감부의 배후 조종하에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일진회란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는 뜻으로 1996년도 일본 고교생들 사이에 처음 등장했다고도 한다. 일본 만화책 등을 통해 들어온 일진회라는 이름이 이후 학교 폭력조직을 일컫는 말로 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설이 더욱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정부는 최근 초·중·고 학생 580만 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였다. 학생들에게 발송한 580만 통 가운데 답장이 온 100여만 통에는 학교 폭력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진 언니에게 돈을 상납했다', '수업이 끝나면 뒷골목으로 끌고가 밟고 때린다', '일부 일진에 대해 선생님이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한다'고 적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도 133건의 폭력 실태를 교육과학기술부로 부터 넘겨받아 각 경찰서에 배당하여 조사를 벌이고 있다. 133건 중에는 갈취, 폭력 등 각종 유형의 폭력 피해 사례가 있으며 피해 학생은 물론 가해 학생의 이름과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3건 중에 70여건이 청주에 집중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일진회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반증이다.
각 경찰서에서는 설문조사를 분석한 뒤 관할 서장이 해당 학교장과 함께 대응 방법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폭력 사실이 구체적이거나 중한 경우에 학교의 협조를 받아 학교폭력 전담팀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가해 학생을 입건할 방침이다. 가해 학생이 이를 폭로한 피해 학생을 상대로 보복 폭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대한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 일진회와 관련, 경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교내 폭력서클을 결성 학생들을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청주의 한 중학교 3학년 A군(15)에 대해 구속했다. A군은 지난달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내 한 PC방에서 같은 학교 후배인 2학년 B군(14)으로부터 6000원을 빼앗는 등 수차례에 걸쳐 B군 등 학교 후배 2명을 때리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다. A군한테 시달리다 못한 B군은 수차례에 걸쳐 다량의 의약품을 먹고 자살을 기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조사결과 A군은 지난해 초순쯤 또래 학생들 16명을 모아 폭력서클을 만들어 그해 1월부터 최근까지 B군 등 후배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혔다는 것이다. 경찰은 같은 중학교 학생 16명에게는 재발 방지 다짐서를 받고 선도 조치했다. 경찰의 이 같은 수사발표에 대해 해당 학교는 반발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일진회가 아니고 폭력 및 금품 갈취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서명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일진회 명단에 포함된 학부모 16명은 경찰서를 찾아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항의했다.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일진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일진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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